당구용품업체 코스모스산업의 김종희 사장(51). 한때 전국을 제패한 프로 당구선수였던 그가 창업 전선에 뛰어든 것은 프로 데뷔 6년 후인 1997년. 운이 없었다. 공장을 짓자마자 외환위기가 터졌고 PC방이 늘어나면서 당구장 사업이 불황의 터널로 빠져들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황을 이겨내는 것도 잠시, 2008년에는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다시 한번 휘청거렸다.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선 그는 “당구공에서 기회를 봤다”고 했다. 당구용품 가운데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당구공을 생산하는 것만이 회사를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일구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김 사장은 “당구공은 항상 고강도, 고광택, 고탄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당구용품의 꽃’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프로 선수 출신답게 좋은 공을 볼 줄 아는 ‘감’은 있었지만 제조 노하우가 전무했던 탓이다. 이때부터 화학 서적을 닥치는 대로 섭렵했다. 김 사장은 “3년여 고생한 끝에 작년 7월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며 “80여년간 계속된 벨기에 살룩(Saluc)사의 독점 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당장 수출할 길이 막막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문제는 언어만이 아니었다. 인력과 생산설비 등 인프라도 태부족이었다. 이때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반가운 이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해외 바이어와의 무역 업무를 일괄 지원하는 VAP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김 사장은 “반신반의하며 중소기업 지원기관 사이트에 가입한 게 복을 불렀다”며 “지원 프로그램 안내 메일에서 뜻밖의 기회를 발견해 수출길이 열렸다”고 좋아했다. 그는 “바이어와 만날 때 통역은 물론 계약서 작성시 유의사항 등 전반적인 컨설팅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덕분에 매출과 수출이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작년 10억원 대비 50% 증가한 15억원, 내년에는 6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김 사장은 귀띔했다. 수출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10%에서 올해 70%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살룩과 맞짱 떠 전 세계에 ‘메이드 인 코리아’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당구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파주=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