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희 코스모스산업 사장 '당구공은 벨기에' 통념 깨겠다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선 그는 “당구공에서 기회를 봤다”고 했다. 당구용품 가운데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당구공을 생산하는 것만이 회사를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일구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김 사장은 “당구공은 항상 고강도, 고광택, 고탄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당구용품의 꽃’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프로 선수 출신답게 좋은 공을 볼 줄 아는 ‘감’은 있었지만 제조 노하우가 전무했던 탓이다. 이때부터 화학 서적을 닥치는 대로 섭렵했다. 김 사장은 “3년여 고생한 끝에 작년 7월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며 “80여년간 계속된 벨기에 살룩(Saluc)사의 독점 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당장 수출할 길이 막막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문제는 언어만이 아니었다. 인력과 생산설비 등 인프라도 태부족이었다. 이때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반가운 이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해외 바이어와의 무역 업무를 일괄 지원하는 VAP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김 사장은 “반신반의하며 중소기업 지원기관 사이트에 가입한 게 복을 불렀다”며 “지원 프로그램 안내 메일에서 뜻밖의 기회를 발견해 수출길이 열렸다”고 좋아했다. 그는 “바이어와 만날 때 통역은 물론 계약서 작성시 유의사항 등 전반적인 컨설팅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덕분에 매출과 수출이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작년 10억원 대비 50% 증가한 15억원, 내년에는 6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김 사장은 귀띔했다. 수출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10%에서 올해 70%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살룩과 맞짱 떠 전 세계에 ‘메이드 인 코리아’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당구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파주=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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