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과 존 폴슨 폴슨앤드코 회장이 금 관련 상품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해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현재 온스당 약 1720달러인 금값이 내년 하반기엔 190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억만장자들 금에 올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소로스는 지난 3분기 세계 최대 금 투자 상장지수펀드인 SPDR골드트러스트 주식을 132만주(1주는 금 10분의 1온스) 더 늘렸다. 금액으로 따지면 2억2140만달러(약 2396억원)다. 소로스의 소로스펀드는 올 3분기 금 투자 비중을 기존의 1.5배 수준으로 늘렸다.

폴슨도 지난 2분기 이후 SPDR골드트러스트 지분을 26% 늘렸다. 폴슨이 이 펀드에 투자한 돈은 36억6000만달러(약 3조6300억원)다. 금 66에 달한다. 브라질, 불가리아, 볼리비아가 가진 금 보유량보다 많다.

월가의 큰손들이 금에 ‘올인’하는 것은 미국, 유럽 등 주요 경제권이 잇따라 양적완화를 발표하면서 통화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윤전기를 돌려 엔화를 무제한 찍어낼 것”이라고 공언했고, 중국 정부도 초대형 인프라 투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 각국은 돈풀기를 계속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미국 중앙은행(Fed)이 두 차례에 걸쳐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시행하자 금값이 폭등했다.

‘재정절벽’이나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불확실성에 대비해 금을 사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헤지펀드인 피듀시어리트러스트의 마이클 물라니 투자 책임자는 “금은 정치인들의 바보짓을 헤징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금값 계속 오를까

최근 중국 등의 경기침체로 금 수요가 줄어들면서 금값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 금값이 1900달러 선까진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원자재선물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금 옵션 상품의 순매수포지션(net long position)은 지난주 7.7% 늘었다. 순매수포지션은 금값 상승에 베팅한 포지션 수에서 하락에 돈을 건 포지션 수를 뺀 것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금값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16명의 내년 4분기 금값 평균 전망치도 온스당 1925달러였다. 최소 1880달러에서 최대 2300달러까지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지난 19개월 동안 연속으로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