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와 함께 호남권의 선불교를 이끌어온 전남 장성의 고불총림 백양사가 ‘참사람 결사운동’을 추진한다. 지난 봄 승려 도박 사건 등으로 실추됐던 총림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참사람 결사운동의 주역은 고불총림의 초대 방장이자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서옹 스님(1912~2003)의 손상좌(손자뻘)들인 미산(서울 상도선원장) 금강(해남 미황사 주지) 진우(백양사 주지) 스님. 이들은 올해 서옹 스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스승이 생전에 주창했던 ‘참사람’ 정신을 되살려 승풍 쇄신은 물론 수행과 사회봉사·구호 등의 실천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그 첫 자리가 23일 오후 1시 백양사에서 열리는 ‘참사람 결사법회’다.

새로 주지가 된 진우 스님은 “지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서옹 스님이 평소 강조하신 참사람으로 살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서옹 스님은 1996년 백양사 초대 방장으로 취임과 함께 참사람 운동을 주창하고, 참사람수련원을 열었다.

참사람은 중국 임제선사의 ‘무위진인(無位眞人)’에서 따온 말로 모든 지위를 뛰어넘어 자각한 사람의 참모습, 즉 부처다. 모두가 부처처럼 또는 부처로서 산다면 탐욕에서 해방되고 현대 물질문명의 병폐도 극복할 수 있다고 진우 스님은 설명했다.

조계종 원로와 신자 등 1000여명이 참석할 이날 법회에선 참사람운동본부를 발족한다. 이를 통해 안으로는 수행, 밖으로는 자비 실천에 앞장설 계획이다. 진우 스님은 “그 동안 후학들이 서옹 스님의 정신을 잘 받들지 못해 백양사가 침체일로를 겪었다”며 “참사람 운동을 통해 수행, 봉사, 구호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겠다”고 설명했다.

함께 참사람 운동을 전개할 미산 스님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초기불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승이다. 서옹 스님 생전에 참사람수련원장을 맡았고, 지금도 서울 상도동의 선원에서 수행지도에 앞장서고 있다. 조계종의 승려 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 총장 후보로도 추천돼 있다.

금강 스님은 해남 미황사에서 10여년째 ‘참사람의 향기’라는 참선프로그램을 운영해왔고 퇴락했던 미황사를 템플스테이 명찰로 일궈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