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덴트 "유럽이 2차 위기 방아쇠 당길 것"
"우리는 앞으로 10년간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채 구조조정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해리 덴트 박사는 21일 대신증권이 개최한 '대신 인베스트먼트 포럼 2012'에서 2020년 초까지 '경제의 겨울'이 올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인구집단인 베이비부머들의 소비 수요가 2007년 말에 정점에 도달했으며, 이제부터는 그들이 노후를 맞아 소비를 줄이면서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베이비부머의 목표가 소비에서 저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베이비부머들의 저축은 미국 경제를 최악의 침체로 밀어 넣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큰 자산인 집값을 급격하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정부와 대부분의 경제이론들은 개인들이 단순히 가격과 금리 변화에만 반응한다는 가정에 근거해 정책을 결정하지만, 개인들이 저축을 하거나 지출을 할 때 내리는 결정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게 덴트 박사의 분석이다.

그는 "연준이 아무리 금리를 조정하고 돈을 풀어도 개개인의 재무 목표와 싸워 이길 수 없으며, 오히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수준만큼 증가한 정부부채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2차 금융위기는 유럽 문제로 인해 닥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덴트 박사는 "유로존은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이 같은 구제 프로그램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구제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고 부동산 버블도 심각하기 때문에 유로존은 조만간 남유럽 국가들에 끝도 없이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들 국가의 채권이 디폴트 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중국 경제 또한 이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그는 "유로존 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미국의 기업과 은행 시스템,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아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이미 둔화되고 있는 중국 수출이 더욱 타격을 받으면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상품, 부동산, 주식 모두 2023년까지는 하락 추세일 것으로 전망했다.

덴트 박사는 "2013년 하반기에서 2014년까지는 하락추세, 그리고 2015년에서 2016년까지는 상승 추세일 것"이라며 "이러한 상승세 역시 커다란 하락 터널 내에서의 반등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덴트 박사는 '불황기 투자 대예측'의 저자로 포천지의 '100대 컨설턴트'로 선정된 바 있다. 1980년대 말 절정에 달했던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을 예측했고, 금융위기 전 글로벌증시의 거품을 예견해 이목을 끈 경제학자다.

한편 대신증권은 이날 '대신 인베스트먼트 포럼 2012'를 개최하고 2013년 주식시장 전망 및 탑픽(최선호주), 업종별 전망 등을 발표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