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의 두 번째 미러리스 카메라인 ‘X-E1’의 가장 큰 특징은 조리개를 조절하는 링과 셔터 스피드를 다루는 다이얼이 외부로 나와 있다는 점이다. 기존 미러리스 카메라나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의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를 조정하려면 디지털 방식으로 버튼을 눌러 해당 메뉴로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다루는 방법이 필름 카메라와 같아 ‘손맛’을 느끼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필름카메라의 사용법을 아는 이용자들은 훨씬 더 쉽게 조리개나 셔터 스피드를 조정해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찍는 즐거움’이 큰 카메라다.

디자인도 필름 카메라의 디자인을 그대로 채용했다. 검정색 고급 가죽을 보디에 덧대 필름 카메라를 연상시킨다.

필름 회사였던 후지필름만이 재현할 수 있는 독특한 화질도 이 카메라에 녹아 있다. X-E1의 색감은 캐논 제품보다는 선명하지만 니콘보다는 따뜻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푸르거나 누렇게 찍히지 않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색감을 잡아주는 색이다. 화소 수는 1600만 화소로 경쟁사 제품들보다 낮거나 비슷하지만 화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모아레 현상(일정한 패턴을 가진 여러 무늬가 겹쳐 새 무늬를 만드는 현상)을 잡아주는 반면 해상도를 떨어뜨리는 ‘광학 로우 패스 필터’를 제거하는 대신 자체 설계한 이미지 센서를 내장해 단순 ‘화소’가 아닌 사진 전체의 ‘화질’을 높이는 데 신경썼기 때문이다. 찍은 사진을 확대해도 디테일은 선명했고 색은 자연스러웠다.

미러리스 카메라엔 뷰파인더가 없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제품엔 236만 화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자식 뷰파인더가 장착돼 있다. 다만 뷰파인더로 보는 화질과 색감은 액정표시장치(LCD)로 보는 것보다 더 밝고 진해서 실제 사진 색감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오토포커싱(AF) 속도는 경쟁사 제품에 비해 빠르지는 않았다. 광학식 뷰파인더로 초점을 잡을 때는 LCD를 통해 보는 것보다 초점을 잡는 속도가 좀 더 느렸다.

전작인 X-PRO1과 거의 동일한 사양이지만 LCD 화면(2.8인치)이 전작보다 훨씬 작고 해상도가 낮은 것은 이 제품의 단점이다. 특히 찍은 사진이 초점이 맞았는지 등을 확인할 때 불편했다.

또한 후지필름의 렌즈군은 현재 18㎜, 35㎜, 60㎜ 등 5개로 아직 구성이 풍부하지 않다는 점은 다양한 렌즈로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X-PRO1보다 작은 크기로 들고 다니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다. 배터리 등을 포함한 무게는 350g으로 야외 촬영시에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