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재정 절벽(fiscal cliff)' 발언이 투자심리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 재정절벽이 가할 충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추가 부양 힌트를 주지 않은데 따른 실망감 때문에 뉴욕증시도 사흘만에 반등랠리를 멈췄다.

다만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이 4년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자 사태'가 혼독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암울한 소식도 전해졌다. 하마스 정부가 "이스라엘 정부가 휴전 제안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휴전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PC업체인 HP는 대규모 적자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오토노미의 회계부정 등으로 88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적자를 떠안게 된 것이 주원인이다.

원화 강세-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해외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자, 자동차 등 한국 제조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어와 있다.

버냉키 "재정절벽 위협적…극복땐 내년 좋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코앞에 닥친 '재정 절벽'이 미국 경제에 미칠 위협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이를 조기 타개한다면 내년 미국 경제에 아주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버냉키 의장은 20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경제 클럽에서 한 연설에서 "의회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 초 도래하는 이른바 재정 절벽에 따른 혹독한 재정 긴축의 예봉으로부터 미국 경제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세제 혜택 조치 만료에 따른 세금 인상과 정부 예산 지출 감축이 미국 경제 회복에 '실질적인 위협(substantial threat)'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면서도 정치권이 이른 시일 안에 재정 절벽을 타개할 창의성 있는 합의를 이끌어 재정 부문의 확실성을 높여준다면 내년은 미국 경제에 '매우 좋은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버 증시는 혼조…다우 0.06%↓

뉴욕증시는 버냉키 의장의 재정절벽 발언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틀간의 상승세를 마감하고 혼조세를 보였다.

2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45포인트(0.06%) 내린 1만2788.5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93포인트(0.07%) 오른 1387.82를, 나스닥 종합지수는 0.61포인트(0.02%) 상승한 2916.68을 기록했다.

유럽 주요 증시는 20일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악재에도 그리스에 구제금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틀 연속 상승했다. 이날 영국 런던 FTSE100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0.18% 올랐고, 독일 DAX30 지수도 0.69% 상승했다. 프랑스의 CAC40 지수 역시 0.65% 올라 마감했다.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이 4년 3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일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월 신규 주택착공 건수가 전월대비 3.6% 증가한 89만4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7월 이후 최대치로 84만건이던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2.53달러(2.8%) 떨어진 배럴당 86.75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HP, 4분기 대규모 적자 쇼크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인 휴렛패커드가 올 회계연도 4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냈다. 지난해 인수한 오토노미로 인한 일회성 비용 탓이다.

20일 HP는 지난 4분기에 68억5000만달러, 주당 3.49달러에 이르는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동기의 2억3900만달러, 주당 12센트 흑자에 비해 이익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HP가 인수한 솔루션업체인 오토노미의 영업권과 무형자산관련 감손비용으로 88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해 이익을 모두 잠식한 탓이다. HP측은 “우리가 인수하기 이전에 오토노미에서 잘못된 회계처리와 공시 누락 등으로 인해 이같은 비용이 발생했다는 것을 내부조사를 통해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 "가자 휴전 연기"

하마스 정부 관계자는 20일 이스라엘 정부가 휴전 제안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아 이집트의 중재 노력이 지체됐다며 21일까지는 휴전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의 고위 지도자인 에사트 알-리스크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측이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열지 않을 것이며 내일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답을 기다리고 있어 휴전이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高 강풍에 엔低 태풍…한국기업 가격경쟁력 약화

원화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9일(달러당 1077원30전) 이후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돌파했다. 반면 일본 엔화 가치는 지난 4월20일(달러당 81.54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원화만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것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은 최근 원·엔 환율 하락으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

운명의 100분…오늘 오후 10시 文·安 맞짱’TV토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21일 오후 10시 KBS에서 ‘맞짱’TV토론을 벌인다.
이번 토론은 패널없이 두 후보 간 문답을 위주로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에 중점을 뒀던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와 유사한 방식을 도입했다.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은 후보별로 3분씩 12분이 걸린다. 2002년 10분보다 늘었다. 사회자는 시사평론가 정관용씨가 맡는다.

한경닷컴 변관열 증권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