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미 사장 "한국만 1시간 더"…페덱스의 실험
“수출업체가 물건을 보내는 1분1초 사이에도 거래가 좌우될 수 있다. 배송 마감시간 연장으로 한국 수출업계에 최소 수천만달러의 추가 이윤이 기대된다.”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사장(사진)은 13일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페덱스코리아의 마감시간이 연장되는 만큼 국내 중소기업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경쟁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덱스는 이날부터 전국 주요 지역 고객들이 해외로 발송하는 제품의 당일 발송접수 마감시간을 평균 1시간 늘리기로 했다. 서울은 오후 5시에서 한 시간 연장된 오후 6시, 서울 외 지역은 30분에서 최대 2시간까지 마감시간을 연장한다.

채 사장은 “페덱스코리아는 이를 통해 국내 물류업계에서 가장 늦은 시간까지 당일 항공편 발송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대형 외국계 물류업체인 DHL과 UPS는 국내에서 각각 오후 5시와 4시에 접수를 마감하고 있다. 그는 “특송은 시간싸움인 만큼 마감시간이 임박해 1분만, 2분만 기다려달라는 고객의 요청이 많다”며 “국내 중소기업들이 더 완성도 있는 샘플을 보낼 수 있어 추가바이어 발굴 등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 사장은 전 세계 수십 개 지사 가운데 한국에서만 마감시간을 연장하는 데 대해 “그만큼 한국의 성장 전망을 밝게 본 결정”이라고 했다. 경기 침체로 투자를 줄이는 지사도 적지 않지만 페덱스코리아는 지난해에도 전국적으로 서비스 개선작업을 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채 사장은 “한국은 글로벌 전자업계를 선도하는 첨단기술, 이커머스의 빠른 성장, 거대 경제권과의 잇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내·외부 조건이 모두 긍정적”이라며 “본사에서는 경기 침체가 끝나는 시점에 한국이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페덱스인덱스’가 경기 전반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될 만큼 공신력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페덱스는 지난해 8월 인천~유럽 노선에 기존 화물기보다 적재공간이 26%가량 큰 A300-600기를 교체 투입했다. 페덱스 본사가 최신화물기 B777을 도입하자마자 글로벌 지사 가운데 가장 선제적으로 본사가 있는 미국 멤피스에서 인천으로 주 4회 직항을 띄우기도 했다.

채 사장은 “유럽과 아프리카 수출을 위해 중국 광저우 허브로 물건을 보내는 아시아 20개국 가운데 한국의 마감시간이 가장 늦은 편인데, 국내 기업이 그만큼 우대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서비스 연장으로 글로벌 지사 가운데 한국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페덱스코리아는 서비스 기업인 만큼 향후 한국 내 인재 투자에 주력할 계획이다. 채 사장은 “한국 지사는 컨설팅업체 휴이트어소시에이츠가 격년으로 선정하는 최고의 직장에 4회 연속 뽑히고 지난해에는 여성을 위한 최고의 직장에 이름을 올리는 등 사람중심 경영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페덱스는 697대의 전용 항공기로 하루 350만개 이상의 화물을 처리하는 글로벌 특송 회사로 전 세계 특송업체 중 가장 많은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는 1988년 진출해 서울, 경기, 대구, 대전, 익산 등에 14개의 사무소를 두고 특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