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을 꿈꾸는 2세 디자이너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디자인 감각과 실무 경험을 통해 쌓은 사업 수완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하려는 것이다. 설윤형 디자이너의 딸 이주영 씨와 김동순 디자이너의 딸 송자인 씨가 ‘2세 디자이너’ 1기를 형성했다. 최근엔 박춘무 디자이너의 아들 최윤모 씨, 이상봉 디자이너의 아들 이청청 씨 등이 뛰고 있다.

◆팀장으로 경험…브랜드 론칭

2세 디자이너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이주영 디자이너와 송자인 디자이너가 독자 활동을 시작한 2004년부터다. 이들은 ‘부모 덕 본 디자이너’라는 일각의 편견을 뛰어넘기 위해 ‘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주력, 자기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론칭한 케이스로 꼽힌다.

특히 이주영 디자이너는 팝 그룹 ‘블랙아이드피스’와 가수 ‘레이디 가가’, 록스타 ‘마릴린 맨슨’이 즐겨 입는 옷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 디자이너는 ‘남성스러운 남성복’을 만들기 위해 ‘부활’이라는 뜻의 브랜드 ‘레쥬렉션’을 2004년에 만들었다. 최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2013 춘계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레쥬렉션 무대는 군복을 컨셉트로 한 강렬한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첼로를 전공했지만 록 음악을 즐겨들었고 10년 동안 어머니인 설윤형 디자이너 밑에서 여성복을 만들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송자인 디자이너는 이화여대 조소과, 미국 파슨스스쿨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1998년 어머니인 김동순 디자이너의 브랜드 ‘울티모’ 디자인실에 막내 디자이너로 들어갔다. 2004년까지 계속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같은 해 자신의 브랜드 ‘제인송’을 론칭, 첫 무대를 열면서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한국의 스텔라 매카트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성복’을 만드는 한국인 디자이너로 꼽힌다. 2010년엔 전년 대비 200% 이상 매출이 급증했고 그 뒤로도 해마다 20%씩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 7월 말엔 가격대를 낮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제이 라이트’도 론칭했다.

◆“차세대 디자이너는 바로 나”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상봉 디자이너는 아들과 딸을 모두 실무에 투입시켰다. 아들 이청청 씨는 2003년부터 실무에 투입, 10년 동안 디자인은 물론 무대를 준비하는 전 과정을 배웠다. 지금은 ‘이상봉’ 브랜드의 해외컬렉션 팀장을 맡고 있다.

올 3월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젊은 여성을 위한 컨템포러리 의상’을 컨셉트로 한 ‘라이(LIE)’를 만들었다. 프랑스 파리의 신진디자이너 전시회(후즈넥스트)를 통해 해외부터 먼저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댈러스의 멀티숍 ‘엘레멘츠’, 뉴욕의 ‘안젤리아스’, 로스앤젤레스의 ‘마젠타’와 내년 봄상품 수출계약을 맺었고 중국 베이징의 유통업체 ‘바방’ ‘세미 패션’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청청 팀장은 동생인 이나나 씨와 함께 ‘라이’의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다. 이청청 디렉터는 “저도 제 사업을 하고 싶었고 아버지도 ‘젊은 감각의 대중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이상봉’의 세컨드 라벨(하위 브랜드)이 아닌 독립적인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춘무 디자이너의 아들 최윤모 씨 역시 아버지의 브랜드 ‘데무’에서 해외마케팅 팀장을 맡으면서 경험을 쌓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