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가격 급등의 책임은 70%가 정부에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땅장사를 하면서 토지 공급가격이 높아지고, 집값 급등을 불렀다.”

이처럼 날을 세워 중국 정부를 비판한 사람은 반(反)정부 지식인이 아니다. 베이징 최대 부동산개발 회사인 화위안(華遠)부동산주식회사의 런즈창(任志强) 회장(61)이 2007년 베이징 시정부가 개최한 부동산 시장 좌담회에서 한 얘기다. 화위안부동산은 중국 정부 산하 투자회사가 46.07%의 지분을 가진 사실상의 국유기업. 현역 공산당원이면서 이 회사의 월급쟁이 사장인 런 회장의 독설은 거침이 없다.

런 회장은 일반 인민들의 불평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놓는다. 집값이 올라 살기가 힘들다는 토로에 “도시에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은 농촌으로 돌아가면 되는데, 왜 집값이 비싸다고 불평하냐”고 비판한다. 2010년 중국 내 건설사와 부동산개발 회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761만위안(약 13억원)의 연봉을 받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데도 중국인들이 ‘런즈창’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포’라는 별명을 먼저 떠올리는 이유다.

◆병사 출신 기업 대표

1951년 산둥(山東)성에서 태어난 런 회장은 문화혁명의 영향으로 이렇다 할 교육을 받지 못했다. 농촌생활을 끝내고 18살에 일반 병사로 군에 입대해 12년을 보냈다. 33살이 되던 1984년 화위안부동산의 전신인 화위안경제건설개발에 입사할 때까지 눈에 띄는 경력이 없었다.

하지만 군대에서 갈고 닦은 추진력과 타고난 직선적인 성격은 부동산개발 사업과 궁합이 잘 맞았다. 1984년부터 10여년 동안 50여개 부동산개발 사업을 성공시키며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1993년에는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중국 내 최대 부동산개발사인 화위안부동산을 세우고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화위안부동산은 베이징 시내에만 면적 40여만㎡에 8만여 가구의 주택을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런 회장은 타운하우스와 주상복합아파트 등 새로운 주거 형태를 베이징에 가장 먼저 도입했다. 칭다오와 시안 등 다른 도시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화위안부동산은 요식업, 여행업, 부동산 금융업까지 영위하며 작년 말 기준 자산 94억위안(약 1조6400억원)에 17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부동산업계에서는 그의 성공 비결로 시장과 정부 정책의 풍향을 읽는 동물적인 감각을 꼽는다. 중국은 모든 땅을 국가와 지방정부가 소유하고, 경쟁 입찰을 통해 부동산개발 회사에 개발 예정지를 넘긴다. 호황기에 비싼 돈을 주고 불하받은 땅을 떠안고 있다가 불황기에 금융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부동산개발사들이 많다. 하지만 런 회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나 정부의 강력한 집값 잡기가 시작되기 전에 땅을 팔아 수익을 남기거나 손실을 최소화했다.

◆민·관 가리지 않는 독설

수완 좋은 경영자 중 하나로만 알려졌던 런 회장의 ‘대포’가 불을 뿜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이때부터 시작된 집값 급등을 이용해 부동산 개발사들이 이득을 본다는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그는 가장 먼저 나서 업계를 대변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가 비판자와 런 회장을 잇는 주된 소통 수단이었다.

“부동산개발 회사들이 일반인은 사기도 힘든 높은 값에 집을 판다”는 공격에 런 회장은 “상인으로서 가난한 사람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투자자들은 내가 돈을 벌어오기를 원하지,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런 회장은 또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데 대중의 감독은 필요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를 ‘계집종’에 비유하며 “국유기업가로서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그렇게 비싸야 할 이유가 있는지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선 “부동산 개발업자가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남편이 대중 앞에서 아내의 옷을 모두 벗기는 것과 같다”며 거부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올해 초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문화혁명 당시 우상인 ‘레이펑(雷鋒) 따라하기’ 운동을 벌이자 국유기업인은 물론 공산당원 중에서도 유일하게 반발했다. 그는 “모든 시민을 나사처럼 만들기 위한 발가벗은 선전 도구가 레이펑”이라며 “그런 식이면 민주주의도, 인권도, 자유도 필요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신발 투척’ 수모도

그의 말은 사방을 적으로 만들고 있다. 런 회장은 “중국 인민이 한번쯤 때리고 싶어하는 인물이 셋 있는데 첫 번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이며 두 번째는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 그리고 세 번째가 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2010년 5월 다롄(大連)부동산협회 포럼에서 강연을 하던 런 회장은 청중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이 말이 과장이 아님을 확인했다. 부동산 문제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TV 드라마를 비꼬던 그를 향해 한 청중이 “나가 죽어”라고 외치며 신발을 던진 것이다. 범인은 일부 청중의 박수를 받으며 유유히 행사장을 빠져나가 런 회장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를 방증했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에도 그가 눈에 가시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화위안그룹 회장에서 내려와 화위안부동산 최고경영자(CEO)로 물러앉은 것도 그간 발언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관측이다. 작년 말 경제주간 차이징 주최로 베이징에서 진행된 경제정책 포럼에서는 주택부 고위 공무원이 “고기를 얻어 먹고 엄마를 욕한다”며 런 회장의 면전에서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고만 있을 런 회장이 아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은 원래 개발업자들이 가장 잘 알게 마련이며, 정부도 모르면 배워야 한다”고 맞받았다.

런 회장은 경영하고 있는 기업과 관계없이 중국 대륙을 통틀어 가장 ‘문제적인 CEO’다. 비판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를 옹호하는 이도 적지 않다. “상인의 도리에 입각해 솔직하게 기업 활동을 하는 점은 인정해줘야 한다” “중국인들이 자유시장이나 기업 활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일 뿐, 틀린 말은 아니다”는 의견들도 있다. 특히 레이펑 따라하기 운동에 대한 비판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는 평가가 많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