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6일 오후 3시54분

하반기 기업공개(IPO) 기대주였던 CJ헬로비전의 대량 청약 미달 사태가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낳고 있다. 공모를 앞둔 기업들은 CJ헬로비전의 흥행 부진 이후 상장 연기를 검토하는가 하면, 희망가격보다 공모가격을 크게 깎은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IPO시장의 침체가 풀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모 목표물량 30%도 못 채워

CJ헬로비전은 하반기 첫 대어급 공모주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았다. 올초 휴비스가 2000억원을 공모한 이후 1000억원 이상 대규모 공모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공모 규모 3000억원 수준의 CJ헬로비전이 향후 IPO시장의 ‘바로미터’로 인식됐다.

CJ헬로비전이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일반공모 청약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최종 경쟁률이 0.26 대 1로 일반에 배정된 물량 366만5130주 중 95만주 정도만 청약이 이뤄졌다. 금액상으로는 목표한 586억원 중 77억원 모집에 그쳐 509억원을 인수단이 떠안았다.

CJ헬로비전의 저조한 공모 실적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전체 공모주식의 20%가 배정된 CJ헬로비전 우리사주조합에서 70% 넘는 실권이 발생했다.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는 수요예측에서도 19 대 1의 경쟁률에 그쳐 통상 공모주 기관 경쟁률이 100 대 1을 훌쩍 넘기는 것에 비해 저조했다.

이 같은 결과는 무엇보다 CJ헬로비전의 공모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인식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CJ헬로비전이 공모가격을 시장평가보다 비싸게 불렀다”며 “공모주펀드의 여력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 청약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 공모시장 위축될 듯

CJ헬로비전의 대량 실권은 당장 비슷한 시기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GMB코리아에 영향을 미쳤다. GMB코리아는 이날 공모가를 최종 6000원으로 확정했다. 희망공모가격(7600~9200원) 최하단에서 1600원이나 깎은 가격이다. GMB코리아 관계자는 “CJ헬로비전에서 공모주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희망공모가격을 고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내년 상장 대기 중인 기업들도 CJ헬로비전 공모 이후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주관사를 소집해 상장을 연기하거나 공모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반기 이후 대기 중인 대어급 공모주는 포스코특수강, LG실트론, SK루브리컨츠, 현대로템, 현대로지스틱스 등이다.

대형 공모주는 시장의 외면을 받는 반면 중소형 공모주는 인기를 끄는 ‘양극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코스닥 공모주인 아바텍과 와이엠씨는 일반 청약 경쟁률이 500 대 1을 넘으며 각각 1조원,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구주매출 없이 신주모집만 주로 하는 코스닥 공모주는 가격 할인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단기 투자자에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