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업계에선 모바일 게임 기업의 부상, 온라인 게임 기업의 쇠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단말기의 보급 확대가 모바일 게임 기업들에 기회의 장(場)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은 예전 피처폰 시절의 모바일 게임과는 다른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카카오톡, 라인 등 소셜네트워크(SNS) 메신저가 그 중심에 있다. 이들 SNS 메신저가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모바일 플랫폼과 앱의 폭발적 성장

모바일 게임의 성공 요소 가운데 라인, 카카오톡 등 모바일 플랫폼을 강조하는 것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생태계적 특성 때문이다. 이 생태계는 ‘애플리케이션을 등록할 수 있는 장터(마켓플레이스) 구축→콘텐츠 개발자들의 참여→이용자들의 소비’라는 단계를 거치며 발전한다.

올해는 게임빌, 컴투스, 위메이드 등 모바일 게임업체 간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양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많은 수의 콘텐츠를 앞다퉈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라인과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의 존재는 앱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다. 카카오톡의 SNS게임인 ‘게임하기’가 나오기 전, 월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임은 JCE의 ‘룰 더 스카이’밖에 없었다. 이후 나온 ‘캔디팡’ ‘애니팡’ 등의 팡류와 ‘드래곤플라이트’ 등의 슈팅 게임이 월 30억원 매출 돌파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생태계 구성과 애플리케이션의 폭발적 성장은 우리나라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은 일본과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국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은 모바일 개발회사들의 해외 진출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가져본다.

◆온라인 대작 게임은 지속 성장

온라인 게임 시장은 정말 저평가(디레이팅)돼야만 할까. 모바일 게임산업의 성장에 따른 온라인 PC게임 산업의 성장성 약화는 불가피한 것일까. 모바일 게임이 PC 기반 온라인 게임의 사용자들을 잠식하면서 더 이상 엔씨소프트와 같은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을 주력으로 삼는 PC게임 회사에 대한 고평가가 정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과 별개로 PC게임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주춤했던 PC방 이용시간은 올해 ‘리그오브레전드’ ‘디아블로3’ ‘블레이드 앤 소울’ 등 대작 게임의 출현으로 다시 증가하는 모습이다. 대작 게임의 매력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대작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경비, 시간, 인력 등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사들은 과거처럼 높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에 주목

장기적으로 게임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는 클라우드 게이밍이다. 클라우드 게이밍업체는 사용자가 접속할 수 있는 게임 서버를 마련해 놓고 시간과 장소, 게임 플랫폼에 관계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지금은 대부분 기존 패키지 형식으로 나온 게임을 클라우드를 통해 서비스하는 수준이다. 앞으로 클라우드 게이밍이 활성화할 경우 단말기나 지역적인 제한이 사라져 성장성이 기대된다.

클라우드 게임과 관련한 변화는 콘솔 게임업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소니를 비롯한 콘솔 게임업계는 콘솔 게임의 발전 과정을 3단계로 정의하고 있다. 1단계가 하나의 게임을 혼자서 즐기는 방식이었다면 2단계는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사람이 함께 게임을 즐기고 동작 인식형 기기를 통해 몸으로 게임을 즐기는 형태로 변화했다. 3단계는 ‘N스크린’ 전략에 발맞춰 플랫폼의 제한 없이 여럿이 게임을 즐기거나, 게임을 통해 상호 커뮤니케이션하는 ‘허브’ 역할까지 담당할 전망이다.

지난 6월 소니는 클라우드 게임 업체인 가이카이를 48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7월 출시된 삼성 스마트TV에 가이카이의 서비스를 이용해 북미 지역 이용자들에게 클라우드 게이밍을 가능케 했다. 클라우드 게이밍이 활성화할 경우 PC 사양이 노후화하더라도 최신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사양에 따른 보급 제한이 없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게임을 모든 단말기에 대응해 따로 개발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게임 속도 향상이 관건

우리나라의 경우 LG유플러스가 진행 중인 ‘C-게임스’가 가장 대표적인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다. 유플러스 서버에 깔려 있는 게임을 스마트폰, 태블릿PC, PC, TV(IPTV) 등 인터넷이나 LTE가 연결되는 모든 기기에서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 서비스를 위해 대만의 클라우드 게임 솔루션 기업인 유비투스와 제휴를 맺었다. 특히 롱텀에볼루션(LTE) 보급 활성화에 따라 인터넷 속도가 빨라져 보급이 더욱 쉬워졌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아직 기술적 한계를 갖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게임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간 지연 문제가 발생한다. 엔비디아와 같은 그래픽업체는 게임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지포스 그리드라는 클라우드 게임서버 맞춤 솔루션을 지난 5월 선보였다. 향후 시장 동향을 주목할 만하다.

박대업 <동부증권 선임연구원 dupark@dongbuhapp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