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국내 게임업계 매출 기준으로 7위 업체다.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 사이에서는 무협 게임 ‘미르의 전설2’로 꽤 유명한 게임회사였지만 ‘톱 클래스’는 아니었다. 넥슨이나 엔씨소프트에 밀려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마저 의심받던 회사였다.

하지만 요즘 이 회사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거액을 들여 화려한 그래픽을 꾸미는 데만 집착하는 회사가 아니라 ‘모바일 시대의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하고 변신을 주도하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놓은 지 20일 만에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한 ‘캔디팡’은 이 회사가 얼마나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힌다. ‘정통 무협 게임’만을 추구해온 회사가 어린 아이들도 즐기는 퍼즐 게임 등 ‘캐주얼 게임’으로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게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박람회 지스타(G-STAR)의 메인 스폰서가 된 것도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뉴스였다. 마케팅에도 과감하게 ‘베팅’을 할 정도로 자신감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이런 변신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지난해 초 1만7050원이던 위메이드 주가(작년 1월3일 종가·무증반영주)는 4만9700원(10월31일 종가)으로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이은 3위다.

○경영진의 신속한 판단과 강한 추진력

위메이드가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신에 성공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게 회사 안팎의 얘기다.

위메이드 창업자인 박관호 이사회 의장은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부터 ‘모바일 게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박 의장은 남궁훈 사장이 위메이드로 자리를 옮겨오기 전인 2009년 일본 모바일 소셜게임 위룰(개발사 엔지모코)을 자주 했다. 남궁 사장은 “당시 나는 재미로 위룰을 했는데, 박 의장은 그때부터 사업적 관심을 갖고 게임에 열중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그 무렵 스마트폰 등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 온라인 게임에 치중했던 회사를 일순간에 모바일 게임사로 바꾸는 것은 위험 부담이 매우 큰 일이었다. 위메이드는 처음에는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개발실을 꾸리는 수준에서 준비했다. 이 회사의 강점인 온라인 게임 네트워크 기술력을 스마트폰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역할수행게임과 캐주얼 미니게임을 준비했다.

박 의장이 ‘모바일로 간다’고 최종 결단을 내린 것은 지난해였다.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에 지난해 8월 5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3월에는 ‘게임 시장의 대세는 모바일’이라고 믿는 남궁 사장을 영입했다. 카카오에는 200억원을 더 투자했다.

위메이드는 이어 ‘에브리타운’과 ‘에브리팜’으로 유명한 게임 개발사 피버스튜디오, ‘에픽스토리’와 ‘베이스볼워즈’를 만든 링크투모로우, ‘카페스토리아’로 알려진 리니웍스 등 모바일 게임 전문회사 3곳을 지난 4월 한꺼번에 인수했다. 지난해 매출 1158억원인 회사 규모로는 이례적인 투자였다.

○온라인과 모바일은 ‘두 개의 날개’

2000년 설립된 위메이드는 개발인력 비중이 높은 온라인 게임회사였다. 무협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미르의 전설2’는 2001년부터 중국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미르의 전설2’의 누적 매출이 중국에서만 2조2000억원(2010년 기준)이 넘는다. 이용자도 2억여명이나 된다. 이 게임은 지금도 위메이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내년에 나올 예정인 무협 게임 기대작 ‘천룡기’도 위메이드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게임이다.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액션 장면, 무협소설에서나 느낄 수 있는 등장 인물과의 교류 등 치밀한 작품성에 주력하고 있는 작품이다. 또 다른 대형 게임인 ‘이카루스’도 온라인 기반 게임이다.

하지만 위메이드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을 인수한 이후 모바일 게임 개발인력을 확보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모바일 게임 개발인력은 현재 700명을 넘는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변화다.

출시일 결정만 남은 모바일 게임도 수두룩하다. 내년까지 적어도 40개 이상의 모바일 게임을 내놓을 계획이라는 게 김유정 위메이드 홍보실장의 설명이다.

메인 스폰서를 맡은 게임박람회 G-STAR에서 내건 테마는 ‘위메이드의 비상:두 개의 날개’다. 두 개의 날개는 기존 온라인 게임과 새롭게 부상하는 모바일 게임을 각각 의미한다. 박람회에 전시할 게임 17종은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들이다. 남궁 사장은 “위메이드가 온라인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회사라는 것을 시장에 생생하게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최근 회사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모바일 게임이 성공하면서 직원들도 자신감이 넘친다”며 “G-STAR 메인 스폰서가 된 것도 직원들에게는 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이번 지스타에서 신작 모바일 게임 16종을 공개한다. ‘천랑’ ‘매드 스페이스’ ‘팡타지아’ 등 역할수행게임, 소셜게임 등 장르도 다양하다.

○“우리는 해외 시장으로 간다”

위메이드는 지난 9월 일본에서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과 제휴했다. 라인은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세계 최대 모바일 시장인 일본에서 성공시킨 모바일 플랫폼이다. 라인을 통해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것이 위메이드의 구상이다.

위메이드는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과 북미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 6월 북미 게임박람회 E3, 9월에는 일본 게임전시회 도쿄게임쇼에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

예전부터 경쟁력을 갖고 있었던 온라인 게임 수출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미르의 전설3’는 서버만 67대를 갖췄다. 서버 1대는 보통 1만명가량이 동시 접속해 쓸 수 있는 용량이다. 중국 현지 게임유통 업체인 샨다게임즈와 함께 콘텐츠 업데이트도 안정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 게임으로는 처음 중국에서 동시접속자수 80만명, 시장 점유율 64%를 차지했던 ‘한류 게임 원조(미르의 전설2)의 신화’도 계속 이어간다는 것이 위메이드의 각오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