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경기부양論 급부상] 연말 환율 3大 변수는…스페인·美대선·한은 금리인하
한국 원화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발표한 이후 세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절상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원화강세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져 연말께 환율은 1070~108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스페인의 전면적인 구제금융 신청과 미국 대선 결과 등 대외변수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속도 등에 따라 환율은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이 미국 3차 양적완화 발표 전날인 지난달 12일 대비 G20 15개 통화(유로화 중복사용 국가 제외)에 대한 가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원화 값은 달러화 대비 2.7% 상승했다. 인도 루피화도 같은 절상률로 15개 통화 중 가장 높은 절상률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위안화가 1.3%, 터키 리라화도 달러화보다 0.4% 상승했다. 인도네시아 호주 아르헨티나 캐나다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오히려 가치가 떨어졌다.

이처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 동시에 강세를 보인 것은 유럽 미국 등의 양적완화로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이 아시아 신흥국 시장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정도로 다른 국가에 비해 안정적이고 기준금리도 선진국에 비해 높아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연말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세 가지 변수가 꼽힌다. 우선 스페인의 전면적인 구제금융 신청 여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실제 채권매입 규모다. 김기백 외환은행 외환운용팀장은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유로화와 신흥국 통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CB 채권매입 규모도 충분히 이뤄진다면 환율을 끌어내릴 수 있는 요인이다.

미 대선도 관심이다. 미트 롬니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당분간 원화가 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롬니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등의 강경발언을 해왔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을 깨고 내려가는 상황에서도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없는 건 이를 의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한은의 금리인하 속도가 변수다. 신동석 삼성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조기에 금리인하가 단행된다면 국내외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자금 유입이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로 자금이 대규모로 밀려 오면서 환율을 끌어내리는 건 줄어들 것이란 진단이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월말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가 가세하며 지난 26일보다 1원20전 내린 1095원80전에 마감했다. 지난해 9월13일(1077원30전) 이후 13개월 만에 최저치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