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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데스크] 금융의 진화 '소비자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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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원 금융부장 iklee@hankyung.com
    도드-프랭크법은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만든 광범위한 금융개혁법이다. 1년6개월 이상의 논의과정을 거쳐 2010년 7월 도입된 이 법의 정식 명칭은 ‘도드-프랭크 월스트리트 개혁과 소비자 보호법’이다. 소비자, 즉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또 다른 금융 위기를 막는 필요조건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법 이름을 이렇게 정한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탐욕에 빠진 월가 금융회사들이 주택 구입자의 빚 상환능력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대출을 남발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혁신’으로 포장된 신금융기법을 동원했을 뿐,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어떤 노력도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현금 2만5000달러만 있으면 50만달러짜리 집을 살 수 있도록 돈을 빌려줄 리 만무였다.

    미국에서 1952년 선보인 신용카드도 처음에는 신용 창출과 거래의 편리성 덕분에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복잡한 수수료 및 금리체계를 도입하면서 ‘이자놀이로 서민들의 등골을 휘게 한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혁신이 낳은 복잡성이 문제

    금융 혁신이 지속되면서 금융상품과 서비스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공급자인 금융사에 비해 금융소비자가 갖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투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금융사들은 정당하지 못한 돈을 벌려는 유혹에 빠진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금융규제가 완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런 현상이 심화됐다.

    국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2003년 카드사의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신용카드 대란’을 겪었고, 최근에는 가계 부채문제가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떠올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금융과 실물 간 괴리가 커졌고, 금융사들은 자기들만의 게임을 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균형을 찾을 때까지 정부 주도의 금융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당위성을 피력했다. 금융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수요자 중심으로 금융정책을 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규제리스크 더 커진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은 일부 규제로 구체화되고 있다. 주식시장의 거품을 막기 위해 증권사의 콜 차입 및 신용융자를 축소했다. 최근에는 신용카드 발급 및 한도를 규제하는 정책이 나왔다. 은행들과 보험사들은 가산금리 내용과 변액연금의 실제 수익률을 고객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차기 감독수장이 누가 되든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의 규제는 계속 강화될 수밖에 없다.

    금융사들은 예전처럼 외형 확대와 영업력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기가 어려워졌다.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금융소비자 중심으로 경영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혁신을 하되 시장에서 금융소비자들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금융소비자 보호다.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금융소비자보호대상을 제정한 것도 금융사들이 수요자 중심으로 경영시스템을 짜도록 금융계의 인식을 바꾸려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법과 제도 변화에 앞서 금융사들이 스스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실천 계획을 마련하는 게 시대적 소명임을 널리 알리려는 취지에서다. 상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고 경쟁도 치열했다.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려는 금융사들의 노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이익원 금융부장 i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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