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싱크탱크인 의회조사국(CRS)이 중국과 한반도 등 동북아시아의 역사적·지정학적 관계를 조명하는 보고서에 ‘고구려와 발해는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란 왜곡된 주장을 담아 다음달 중순께 발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역사학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 보고서가 중국의 주장을 단순히 소개한 참고 자료이며 동북아역사재단 등을 통해 전달한 우리 입장이 보고서에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국제적으로 기정사실화할 수 있다는 점을 학계는 우려하고 있다.

유용태 서울대 교수는 정부 당국은 의회조사국의 보고서가 중국의 주장을 단순히 소개한 참고 자료라고 하지만 “미국 의회에서 발행한 자료는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기 때문에 단순한 소개라고 해도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동북아역사재단이 미국 측에 설명한 우리 입장이 보고서 부록에 실릴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 입장을 전달한 것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미국 의회가 동북아지역 정세 변화에 대비, 동북아시아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파악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중국에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