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는 거울이 많다. 앞으로 달리는 특성상 뒤를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룸 미러(room mirror)’는 차 안에서 중앙의 뒤를 보는 거울이고, ‘사이드 미러(side mirror)’는 좌우 옆 차선을 살필 수 있는 거울이다. 그런데 ‘백 미러(back mirror)’는 어디 있을까? 백 미러가 완성차에 달려 나온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굳이 우리말로 하면 후사경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의 뒷부분에 별도로 붙인 거울이다. 주차할 때 벽면과의 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룸 미러는 여성용 손거울에서 유래했다. 두 명이 타야 했던 자동차경주에서 한 명의 무게를 덜기 위해 거울을 달았던 것이 시작이다. 초창기 운전자 앞에 있던 거울은 중앙으로 옮겨 왔지만 여전히 뒤의 교통상황을 파악하기에 룸 미러만한 것이 없다.

룸 미러는 근래 들어 기능성 강화 시대를 맞았다. 하이패스 단말기가 복합됐고, 눈부심 방지를 위한 감광은 기본이다. 후진할 때는 주차 모니터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강렬한 뒤차의 헤드램프 불빛을 막기 위해 수동으로 룸 미러 각도를 조절하는 것은 옛말이다.

그 사이 사이드 미러도 변했다. 무엇보다 사각지대가 많이 사라졌다. 보이지 않는 곳이 없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어서다. 사각지대 방지용 사이드 미러가 등장한 배경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사각지대를 없애도 사고의 원천봉쇄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이드 미러에 센서를 달았다. 사각지대에 옆 차가 들어오면 센서가 인식한 뒤 불빛 등으로 신호를 보내 운전자에게 알린다. 방향지시등이 사이드 미러 속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좌우 방향전환 스위치를 작동하면 사이드 미러에도 화살이 표시된다. 감성적이다.

감성을 넘어 사이드 미러는 첨단의 길을 걷고 있다. 엄밀하게는 사이드 카메라로 대체되는 중이다.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 선보였던 로터스 컨셉트에는 사이드 미러 대신 ‘사이드 카메라’가 적용됐다. 촬영한 영상은 계기반 모니터에 표시되고, 운전자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옆 차선 교통상황을 모두 알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카메라로 없애는 동시에 사이드 카메라의 소형화로 공기 저항도 크게 줄였다. 덕분에 주행할 때 풍절음마저 상당히 억제됐다. 당시 로터스 부스에서 만난 관계자는 이를 두고 ‘혁명(innovation)’이라고 했다.

그렇게 본다면 최근 미국 네바다주가 무인자동차에 면허를 주기로 한 것은 선견지명일지도 모른다. 카메라와 센서로 무장한 이동수단의 등장이 우리 사회를 곧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