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스타일'로 갈까…'자산배분형' 고를까
요즘 증권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금융투자상품이 바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ETF 랩 어카운트’(ETF랩)이다. ETF랩은 대표지수(코스피200)·업종·레버리지·인버스ETF 등을 시장상황 및 투자자 성향 등에 맞춰 적절히 섞어 투자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ETF랩은 시장상황에 따라 그 시점에 가장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형의 ETF 투자비중을 높이기 때문에 박스권 장에서도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연초부터 10개월 넘게 1700 후반~2000 초반에서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는 한국 증시 상황에 딱 맞는 상품인 셈이다.

다양한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갖고 있는 ETF 여러 개를 한 포트폴리오에 넣기 때문에 손실방어 효과도 크다는 평가다. 대부분 적립식 투자가 가능해 분산투자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ETF랩이 인기를 끌면서 증권사들은 다양한 특색을 지닌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장 상황에 따라 유망 업종 ETF를 골라 투자하는 자산배분형 ETF랩에서,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ETF 매수 규모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퀀트’ 스타일의 ETF랩까지 폭넓은 상품이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정해진 조건에 따라 투자

ETF랩 상품 중 가장 먼저 선보인 유형은 ‘퀀트’ 스타일 상품들이다. 퀀트 투자란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투자 종목과 비중을 결정하는 전략을 말한다. 퀀트전략을 적용하는 펀드는 많이 출시돼 있지만, ETF랩은 그다지 많지 않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퀀트 스타일 ETF랩은 미리 정해놓은 조건에 따라 지수가 내릴 때는 더 사고, 오를 때는 덜 사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춘다. 퀀트 스타일 ETF랩이라고 해서 전문가들이 모든 것을 알아서 투자해주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이 투자 상품과 조건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우리투자증권이 판매 중인 ‘우리스마트인베스터 랩’이다.

이 상품은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 대표지수 ETF 등 투자대상 ETF유형과 매수가 이뤄질 지수 변동폭, 투자금 규모 등을 사전에 결정하도록 설계됐다. 투자전략을 자신이 구성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지수가 오를 때는 지수형이나 레버리지 ETF를 정해진 금액만큼 산다. 내릴 때는 상승기 매입금액의 1.5~2배를 자동으로 매수해 매입단가를 낮추고 이후 지수 상승기를 대비한다.

수익률도 괜찮다. 우리스마트인베스터의 기본 솔루션인 우리스마트인베스터 약정형에 지난 3월20일 가입한 한 고객의 수익률은 8.6%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전략부장은 “최근 급등락을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 상황에서 우리스마트인베스터가 효율적으로 대응함에 따라 가입계좌가 1만2000계좌까지 늘었고 누적잔액도 3300억원을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정해진 조건에 따라 국내 주식ETF·채권ETF·환매조건부채권(RP)에 대한 투자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ETF랩도 인기몰이 중이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의 판단에 따라 ETF 투자 비중을 0%까지 줄이고 채권(RP) 비중을 100%까지 늘리는 투자 포트폴리오도 가능해진다.

대우증권 ‘폴리원’이 대표적이다. 폴리원은 대우증권이 자체 개발한 자산배분 시스템에서 하락신호가 나오면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고, 상승 신호가 감지되면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도록 설계됐다. ‘폴리원 베이직’ 유형의 경우 출시(1월16일) 이후 지난 9일까지 9.3%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퀀트 스타일'로 갈까…'자산배분형' 고를까

○장 상황에 맞춰 투자비중 조절

자문사 판단에 맞춰 지수형 ETF를 기본으로 하면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를 적절히 활용하는 상품도 있다. 상승 초기국면에서는 레버리지ETF 비중을 확대하고 장기하락 초기 국면이라고 판단되면 인버스 ETF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 연초 이후 지난 18일까지 7.41%의 수익률을 기록 중인 하나대투증권 ‘액티브 ETF 적립식 랩’이 이런 방식으로 운용된다.

보다 단순한 스타일의 ETF랩도 있다.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초기 설정 금액의 10%씩을 추가 매수하는 식이다. 그리고 정해진 수익률을 달성하게 되면 ETF를 팔고 채권에 투자한다.

지수가 추가 하락하면 다시 ETF 분할 매수에 나서기도 한다. 대표 상품은 신한금융투자의 ‘신한 ETF 분할 매수형 랩’이다. 신한 ETF 분할 매수형 랩은 지수 하락기에 초기 설정금액의 10%를 ETF에 추가로 투자한다. 출시(2011년 9월14일) 이후 현재까지 누적수익률 13.06%를 기록 중이다.

자산배분형 ETF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유망 업종을 선정하고 그 업종에 투자하는 섹터ETF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 저평가된 섹터ETF에 분산투자해 초과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런 유형의 ‘아임유 적립식 ETF 랩’을 선보였다. 대표지수 ETF로 포트폴리오의 50% 이상을 구성해 안정적인 시장수익률을 따라가면서, 저평가된 섹터ETF를 발굴해 추가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출시된 미래에셋증권 ‘베스트 ETF 랩’도 대표그룹주, 섹터, 대표지수 등 다양한 ETF에 투자해 ‘벤치마크+알파’ 수익률을 내는 것을 추구한다.

○상승장서 시장 수익률 못 따라갈 수도

대다수 ETF랩의 특징은 ‘분할매수’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투자시점과 투자지수대를 나눠 놨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률을 꾸준히 내는 데에는 유리하다. 몇몇 ETF랩은 올해 같이 코스피지수가 1800~2000 사이에서 움직이는 박스권 변동장세에서 10%에 가까운 수익을 내면서 수익성이 검증되기도 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코스피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장에서 ETF랩은 시장 수익률을 따라갈 수가 없다. 상품의 기본 성격인 분할매수의 특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ETF랩에 레버리지ETF와 같은 파생ETF를 편입하기도 하지만, 파생ETF의 편입비중이 커질수록 손실위험성도 증가하기 때문에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한 증권사 ETF랩 담당자는 “ETF랩은 한번에 많이 사는 것이 아니라 분할매수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계속 상승하는 장에서는 수익률이 비교적 낮아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시장의 성격을 잘 고려해 투자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