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국내 대표 철강사인 포스코의 신용등급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이후 처음으로 B단계로 떨어졌다. 유럽발(發) 금융위기가 장기화하면서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대형 기간산업 현장까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8일까지 약 3주 동안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22일 발표했다. 만 50세 이상 과장급 이상 관리직이 대상이며 퇴직 위로금은 정년(60세)까지 남은 기간을 감안해 최소 24개월, 최대 60개월치 월급으로 지급한다. 임직원 2만4000명 중 2000명 이상이 대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이 희망 퇴직에 나선 것은 1973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조선 불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현대중공업의 수주량은 82억달러로 올해 목표액인 240억달러의 34.2%에 그쳤다. 남은 일감을 나타내는 수주잔량 역시 빠르게 줄고 있다.

울산조선소의 지난달 말 기준 수주잔량은 476만1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100척)로 역대 최고치였던 2008년 9월 1443만1000CGT(337척)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척수 기준으로 이달 내 처음으로 100척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신용등급이 B단계로 내려갔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철강 수요산업의 부진과 공급과잉 우려로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일본 철강사인 신일본제철과 중국 바오스틸의 신용등급을 BBB로 각각 한 단계씩 내린 데 이은 조치다.

포스코는 IMF 외환위기 당시 투기등급인 B+까지 신용등급이 떨어진 이후 2003년 A-를 회복했다. 이후 줄곧 A등급을 유지해 오다 지난해 11월 A-로 하락했고 1년여 만에 B단계로 다시 한 단계 강등됐다.

조선과 철강 1위 기업들마저 흔들리자 한국의 제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중소 조선업체와 철강사들은 줄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3~5위 업체의 상당수도 심각한 수준의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유정/김대훈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