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아들이 많기로 유명한 ‘범 LG가(家)’. LG그룹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을 비롯한 1세대만 6명, 2세대로 내려가면 아들 수가 23명, 3세대에는 구인회 회장 직계만 13명에 이른다.

경영에 참여하는 2, 3세들이 많아 불협화음이 있을 법한데 형제간 다툼이 불거진 예도 찾기 어렵다. GS그룹의 허씨 일가와 동업을 하고 LIG, LS, GS 등으로 계열 분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얼굴 붉히는 일은 없었다. 그 이유는 구인회 회장 때부터 형제간 우애를 다져온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런 ‘범 LG가’ 내 인화경영의 초석을 다진 창업 1세대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구평회 E1 명예회장이 지난 20일 별세함에 따라 창업 1세대의 6형제 중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만 남게 됐다.

가장 먼저 세상을 등진 이는 맏형인 구인회 창업주. 1947년 LG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현 LG화학)을 만들고 1958년 금성사를 설립한 뒤 1969년 63세에 생을 마감했다. 둘째인 고(故) 구철회 락희화학 사장은 럭키그룹 운영위원회 의장을 맡아 구인회 회장의 장남인 구자경 럭키그룹 회장을 6년간 돕다 1975년 66세에 별세했다. 구철회 사장의 아들인 구자원 LIG명예회장 등이 LIG그룹을 이끌고 있다. 셋째인 구정회 금성사 사장도 1978년 61세 때 세상을 등졌다.

첫째부터 셋째까지 위 3형제는 60대에 생을 마감했지만, 나머지 3형제는 비교적 장수했다.

이들은 구태회 회장, 고(故) 구평회 회장, 고(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등 이른바 ‘태평두(泰平斗)’로 불리면서 2003년 11월 LG그룹에서 독립해 LS그룹을 만들었다. 올해 89세인 구태회 회장은 1958년 4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6선 국회의원과 국회부의장을 지내며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구자홍 LS그룹 회장, 구자엽 LS산전 회장, 구자명 LS니꼬동 회장, 구자철 한성 회장 등 4형제가 경영 일선에 있다.


이번에 작고한 구평회 회장은 구자열 LS전선 회장, 구자용 E1 회장,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등 3명의 아들을 뒀다. 막내인 고(故) 구두회 명예 회장은 지난해 83세 일기로 별세했다. 구자은 LS전선 사장이 외아들이다.

정인설/정성택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