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韓·獨의 탄력근무제 두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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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근 중기과학부 기자 bk11@hankyung.com
“유럽 위기요? 주요 고객인 벤츠와 BMW가 잘팔리고 있어서….”
지난 17일(현지시간)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장. 전 세계가 유럽발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장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렇게 답했다. 얼마 전 한국에서 만난 자동차 부품업계 경영자들이 “유럽위기 여파로 매출이 꺾였다”며 울상을 짓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런데 공장 소개가 계속되던 중 독특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2008년까지 평행선을 그렸던 생산성이 2009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것. 까닭을 묻자 “탄력근무제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 회사가 탄력근무제 덕을 보고 있는 사정은 이렇다. 2007년까지 일정했던 생산성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주저앉았다. 콘티넨탈은 위기가 끝나면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판단하고 자동화율을 끌어올리면서 탄력근무제를 전격 도입했다. 탄력근무제는 말 그대로 일을 몇 교대(시프트)로 얼마나 오래 할지를 직원이 선택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글로벌 홍보 담당자인 니콜 매니저는 “주간과 야간, 주말, 연장 근무를 포함해 1일 3교대, 1주일에 최대 21 교대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평균보다 최장 120시간을 더 일할 수 있거나, 반대로 70시간까지 일을 덜 할 수 있는데 선택권은 전적으로 직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자가 사정에 따라 근무시간을 선택하니까 생산성 향상에 가속도가 붙고 있어 회사와 직원이 모두 윈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역시 한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한국은 정부가 휴일 근로(주당 16시간) 및 연장 근로(주당 12시간)를 통합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관련업체는 물론 재계와 학계가 하나 같이 “근로기준법 개정이 생산성을 저해할 수 있다. 임금 하락, 이직률 상승도 우려된다”고 난색이지만 요지부동이다.
독일 기업과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이 똑같을 수는 없다. 콘티넨탈의 생산성이 대폭 확대된 것도 100% 탄력근무제 덕분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밀어붙이기식 법 개정이 제살 깎아먹기는 아닌지 꼼꼼하게 짚어볼 일이다.
김병근 중기과학부 기자 bk11@hankyung.com
지난 17일(현지시간)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장. 전 세계가 유럽발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장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렇게 답했다. 얼마 전 한국에서 만난 자동차 부품업계 경영자들이 “유럽위기 여파로 매출이 꺾였다”며 울상을 짓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런데 공장 소개가 계속되던 중 독특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2008년까지 평행선을 그렸던 생산성이 2009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것. 까닭을 묻자 “탄력근무제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 회사가 탄력근무제 덕을 보고 있는 사정은 이렇다. 2007년까지 일정했던 생산성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주저앉았다. 콘티넨탈은 위기가 끝나면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판단하고 자동화율을 끌어올리면서 탄력근무제를 전격 도입했다. 탄력근무제는 말 그대로 일을 몇 교대(시프트)로 얼마나 오래 할지를 직원이 선택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글로벌 홍보 담당자인 니콜 매니저는 “주간과 야간, 주말, 연장 근무를 포함해 1일 3교대, 1주일에 최대 21 교대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평균보다 최장 120시간을 더 일할 수 있거나, 반대로 70시간까지 일을 덜 할 수 있는데 선택권은 전적으로 직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자가 사정에 따라 근무시간을 선택하니까 생산성 향상에 가속도가 붙고 있어 회사와 직원이 모두 윈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역시 한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한국은 정부가 휴일 근로(주당 16시간) 및 연장 근로(주당 12시간)를 통합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관련업체는 물론 재계와 학계가 하나 같이 “근로기준법 개정이 생산성을 저해할 수 있다. 임금 하락, 이직률 상승도 우려된다”고 난색이지만 요지부동이다.
독일 기업과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이 똑같을 수는 없다. 콘티넨탈의 생산성이 대폭 확대된 것도 100% 탄력근무제 덕분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밀어붙이기식 법 개정이 제살 깎아먹기는 아닌지 꼼꼼하게 짚어볼 일이다.
김병근 중기과학부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