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집어삼킨 메가트렌드.’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가인 론 콘웨이는 ‘공유 경제’ 열풍에 대해 소개하며 이같이 표현했다. 콘웨이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공유경제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협력적 소비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과잉 소비 시대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소유를 넘어 공유 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타임지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10대 아이디어’ 중 하나로 ‘협력적 소비’를 꼽기도 했다.

◆거대한 물결 ‘협력적 소비’

글로벌 경제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실리콘밸리엔 벌써 공유경제 업체 50곳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게 숙박 교환사이트 ‘에어비앤비’, 자동차 공유업체 ‘집카’다. 에어비앤비는 192개국 2만7000여개 도시에 있는 일반 주택을 숙소로 연결해 준다. 일일 거래량은 3만5000여건이 넘는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의 거래량을 넘어섰으며, 기업 가치도 10억달러에 달한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8000여대의 차량이 등록돼 있는 집카엔 60만5000명의 회원이 있다. 이뿐만 아니다. ‘여들’은 지역 이웃이 아이들의 축구장비나 파스타 기계 등 필요한 물품을 함께 나눠쓰도록 하고 있다. ‘파크앳마이하우스’는 주차장을 갖고 있는 사람과 주차를 원하는 사람을 연결해 준다. ‘스킬셰어닷컴’은 온·오프라인 강좌를 통해 요리, 공예 등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는 사이트다.

포천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이들도 많았지만 하나의 거대한 물결로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전 세계 협력적 소비 관련 시장 규모는 5400억달러에 달한다”며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의 공유경제 업체엔 벌써 50억달러의 투자자금이 유입됐다.


◆SNS 통해 ‘신뢰’ 확보, 시장 규모 커져

공유경제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렌털 업체들과 다르다. 렌털은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재화 등을 판매한다. 하지만 공유경제 업체는 개인 대 개인의 거래를 중개해 줄 뿐이다. 공유경제 업체는 소유자와 이용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수수료를 받을 뿐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신뢰’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 것도 차별화된 점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개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마치 이웃끼리 거래하는 느낌을 주도록 하는 것도 강점이다.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이 SNS에 각종 평가를 올리면 새로운 소비자들이 이를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시 ‘공유도시’ 선포 등 정책적 지원

국내에서도 ‘공유경제’ 시대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일자리를 얻지 못한 20~30대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스마트폰과 SNS가 발달하고 있는 게 배경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달 서울을 ‘공유도시’로 만들겠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공유 정보를 한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를 2013년까지 구축하고 공유 촉진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시민들이 자신의 물건과 공간 등을 공유토록 해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그렇지만 공유경제가 꽃을 피우기 위해선 정책 지원은 물론 실리콘밸리처럼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의 생명력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다양성에서 나온다”며 “이를 확보해야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공유경제

sharing economy. 활용도가 낮은 물건이나 부동산을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해 소유자 입장에선 효율을 높이고, 구매자는 싼값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협력적 소비’를 말한다. 2008년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법대 교수가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

김희경/김우섭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