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시장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부진과 투자자 환매 행렬로 크게 위축되면서 신규 펀드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들어 새로 설정된 국내외 주식형 펀드 수는 전년보다 30% 넘게 줄었다.

18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신규로 설정한 공모펀드는 1083개(상장지수펀드 제외)로 집계됐다. 연말까지 두 달가량 남겨둔 상황이지만 △2008년 2649개 △2009년 1417개 △2010년 1425개 △지난해 1589개와 비교할 때 30% 이상 줄어들었다. 지난 5년간 최저 수준이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주식형 펀드의 출시가 눈에 띄게 줄었다.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밑돌면서 펀드 환매가 지속되자 운용업계가 기존 펀드를 지키는 데 주력하면서 신상품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연초부터 자금 유출이 끊이지 않고 있는 해외 주식형 펀드의 신상품 출시는 전년 대비 40% 줄어든 176개에 그쳤다.

다만 이 와중에 해외 채권형 펀드의 신규 설정은 급증했다. 모든 유형의 펀드가 전년 대비 신규 설정이 급감했지만 해외 채권형은 유일하게 지난해(86개)보다 58% 증가한 135개에 달했다. 신규 펀드 내에서 해외 채권형 펀드가 차지한 비중은 지난 4년간 2~5% 선으로 미미했으나 올 들어선 12%까지 확대됐다.

운용사들이 앞다퉈 해외 채권형 펀드 출시에 나서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고 시중은행 이자를 뛰어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채권형 펀드는 올해 11.56%의 수익률(17일 기준)을 기록, 국내 주식형(4.83%)과 해외 주식형(8.37%)을 크게 앞섰다. 한 운용사 상품 마케팅팀 관계자는 “올 들어 증시가 오르긴 했지만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불확실한 투자환경이 지속되면서 주식형 펀드의 성과는 기복이 심하다”며 “해외 채권형은 고수익을 내고 있다 보니 자금이 꾸준히 유입돼 운용사들이 앞다퉈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