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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미디어·콘텐츠' 결합 절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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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 강남스타일' SNS 없었다면
    세계적 인기·관심 못 끌었을 것
    관련업무 통합해야 경쟁력 생겨"

    한동섭 <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 >
    그레이슨 첸스, 저스틴 비버, 싸이의 공통점은 유튜브라는 미디어를 만나 세계적 스타가 됐다는 것이다. 그들의 음악에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빌보드의 에디터 잉그램이 지적하듯 유튜브를 포함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없었더라면 그렇듯 빠른 시간 내에 폭발적 인기를 얻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SNS는 등용문이자, 세계의 대중과 단기간에 만날 수 있었던 창이고 마케팅 및 홍보의 수단이기도 하다.

    미디어와 콘텐츠의 성공적 결합사례는 대중문화와 디지털 환경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1992년 세계 15억의 인구가 TV를 통해 로마에서 공연된 오페라 토스카를 시청했다. 극장이 아닌 극중 사건의 현장에서 이뤄진 공연은 무대와 관객의 규모를 동시에 확장해 냈다. 이것은 당시의 최첨단 영상기술과 음향기술로 인해 가능했다. 클래식과 대중매체의 만남은 비록 상업성 논란이 있기는 했으나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의 3대 테너 공연,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미국의 테너가수 마리오 란자의 영화출연 등도 있다.

    미디어는 단순한 통로 이상의 것이기도 하다. 오페라 작곡가 에릭 위태커는 유튜브를 활용해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는 1000여 개의 목소리를 자신의 창작곡에 얹어 공연했다. 온라인상에서 목소리들을 조합해 화음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반대로 콘텐츠가 적절한 미디어를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문화원형사업은 9년간 635억 원을 투자해 의미 있는 문화원형들을 발굴했다. 그러나 상업적으로는 7억여 원의 콘텐츠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발굴된 원형 콘텐츠를 미디어콘텐츠로 진화시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동영상 서비스인 OTT(over the top) 사업은 필요로 하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기 위해 이리저리 쪼개져 있는 관련 기관을 찾아 다녀야 한다. 투자 위축을 유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디어와 문화 영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와 미디어가 서로 자유롭게 결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미디어·문화 관련 거버넌스는 콘텐츠와 미디어의 결합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어렵게 구조화돼 있다. 관련 부처의 업무와 기능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분산되고 동시에 중복돼 있다. 콘텐츠, 소프트웨어, 통신, 방송 등 이제는 하나의 맥락에서 검토되고 활용돼야 할 요소들이 그렇다. 적절한 조정기능이 없다보니 다른 부처 소관의 미디어나 콘텐츠 관련 부문과 결합된 작업을 하기 어렵다. 부처별 칸막이 안에서 미디어와 콘텐츠를 연결하게 되므로 부처 내 전문성의 한계에 부딪친다. 투자가 중복돼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콘텐츠를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정책적 시각도 콘텐츠와 미디어의 자유로운 결합을 저해하는 요소다. 대중미디어를 주로 활용하는 대중문화와 공연예술 중심의 고급문화로 나누어 보려는 경향이 그런 것이다. 문화영역과 장르의 구분은 물론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부처를 분리함으로써 콘텐츠와 미디어의 상호 확장성을 제약할 필요까지는 없다. 콘텐츠는 다양한 미디어를 필요로 하고 미디어 역시 풍부한 콘텐츠가 없으면 안 된다. 고전은 극장에서 공연되기도 하지만 예술로부터 소외된 대중을 위해 전자미디어의 힘을 빌릴 수도 있다.

    디지털미디어는 콘텐츠의 글로벌화에 기여한다. 무한 공유와 확산이 가능해 국경을 넘나드는 문화교류의 기술적 토대가 된다. 아우라 없는 공연이라며 질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과 저렴한 경비로 예술적 성과들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미디어와 콘텐츠는 서로 풍부한 선택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미디어·문화 관련 부처들이 효율적으로 통합돼 이 영역이 보다 창조적이며 풍요롭게 발전하도록 지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한동섭 <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 dshan27@hany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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