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4일 구체적인 ‘재벌개혁’ 정책을 내놓았다. 경쟁 상대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정책을 적당한 선에서 섞어놨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즉 1단계로 박 후보가 포커스를 맞추는 ‘재벌의 불공정 거래 관행’부터 바로잡은 뒤 성과에 따라 2단계로 문 후보가 강조하는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것.

안 후보는 이날 서울 공평동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개혁은 기업활동을 막기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막힌 곳을 뚫고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7대 재벌개혁 과제를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7대 과제란 △편법 상속·증여,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방지 △총수 일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제재 강화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규제 강화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통제(재벌 견제) △경제력 집중 폐해 시정 및 시스템 위험 관리 등이다. 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특히 안 후보가 지난 7월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혔던 ‘기업집단법 제정’도 빠졌다.

반면 문 후보가 지난 11일 발표한 정책도 다수 포함됐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9%에서 4%로 축소하는 금산분리 강화 방안이나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현행 200% 이하에서 100% 이하로 낮추는 등의 지주회사 규제안은 문 후보와 같다. 재벌 견제를 위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도 문 후보와 동일하다.

새롭다고 할 만한 것은 재벌개혁위원회 신설과 계열분리명령제 등 두 가지다.

경제민주화포럼 대표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열분리명령제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도입(도드-프랭크법)된 것”이라며 “우리도 우선 대형 금융회사에서 적용한 뒤 일반 대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 중간금융지주회사의 허용 등과 함께 개혁 성과에 따라 2단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