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여제의 배짱·노하우 빌려달라"…박근혜 '삼고초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56·사진)이 11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성공한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대표주자인 김 회장을 전면에 내세워 여성들과 기업인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박 후보가 직접 영입한 케이스다. 박 후보는 잘 아는 사이가 아닌 김 회장을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나와 같이하자”고 합류를 요청했다고 한다. 또 김 회장 영입을 위해 김 회장과 세 번이나 만났다고 한다. 삼고초려한 셈이다. 김 회장은 박 후보뿐 아니라 다른 후보 측으로부터도 ‘러브콜’을 받았지만, ‘성공한 여성 CEO’를 영입하려는 박 후보에게 마음이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회장은 ‘여성들이 활발하게 사회에 참여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나라를 이뤄야 우리나라가 발전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계신 분”이라며 “그분의 역량과 식견에 상당한 감명을 받았고 (김 회장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모시기로 한 것”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김 회장은 국내 패션업계는 물론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경영인으로 꼽힌다. 독일 명품 잡화 브랜드 MCM의 국내 상표권을 따내 유통만 하다가 2005년에 아예 본사를 인수, 글로벌 명품으로 키울 만큼 ‘통큰 기업인’이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원래 선대위원장 가운데 한 자리는 여성 몫이기 때문에 회의 때 여러 후보들이 거론됐지만 김 회장의 자수성가 스토리,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잡은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이 뛰어난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는 에너지기업인 대성그룹의 창업자 고(故) 김수근 회장의 막내딸로, 1979년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앰허스트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원(LSE)을 거쳐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잘 나가는 재벌 2세’였지만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그는 경제적으로 자립하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것도, 하버드대에서 만난 영국계 캐나다인과 결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회장이 패션사업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명 백화점 ‘블루밍데일’에서 4년간 일을 배우면서다. 이후 귀국해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한국 판권계약을 시작으로, 이브생로랑 소니아리키엘 MCM 등 여러 브랜드를 들여왔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으면서 구찌의 국내 판권을 본사에 되팔았다.

그의 빠른 결단력은 여성 기업인, 북한 동포 등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에서도 발휘됐다. 2010년엔 성주그룹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사회공헌을 위한 ‘성주재단’을 설립했다. 북한 동포와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김 회장과 성주그룹이 20억원을 출연해서 세운 것. 그는 평소 “대학 수업을 받고 유학까지 다녀온 여성들이 고급호텔에서 놀고 있으면 미래는 없다”, “강한 여자가 되기 위해 여자도 군대를 가야 한다고 본다”는 등 여성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왔다.

김 회장은 2004년 월스트리트저널이 꼽은 ‘주목받는 50인의 여성기업인’으로 선정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인선에 대해 성주그룹 관계자는 “회사에서도 오늘 언론을 통해 알았다”며 “앞으로 경영에는 차질이 없도록 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민지혜/김정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