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청암자이 '한강조망권 소송' 패소
한강변 아파트 주민들이 “인근에 상가건물이 들어서면 한강 조망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주민 패소 판결을 내렸다. 조망권을 인정하는 기준을 엄격하게 판단해온 법원 판례의 연장선상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이인형)는 서울 청암동 청암자이아파트 주민 35명이 “아파트 건너편에 지상 6층 규모 상가건물이 들어서면 한강 조망권이 침해돼 아파트 가격 하락 등 재산권을 침해당하게 된다”고 주장하며 서울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낸 건축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인공적으로 고층 아파트를 세워 비로소 누릴 수 있게 된 조망 이익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만큼 중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토지나 건물 소유자가 경관이나 조망에 대한 이익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사회통념상 독자적 이익으로 볼 정도로 중요할 때만 법적 보호 대상이 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조망이익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미 이 아파트 앞 강변북로 쪽에 다른 아파트가 있어 한강 경관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이익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문제가 되는 상가건물은 청암자이아파트 부지보다 낮은 지대에 세워질 예정이고 아파트와 사이에 20m의 원효로를 두고 떨어져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상가건물을 세우려는 땅의 위치나 성질을 볼 때 계속 방치될 것이라 생각하기도 어렵다”며 “아파트 가격 하락에 따른 재산권 침해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 관계자는 “한강 등을 조망하는 것이 이익인지 권리인지 여부가 쟁점인데, 이 사건에서는 이익이긴 하지만 권리까지 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최근 법원에서 조망권을 인정하는 기준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대법원은 2007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역시 한강 조망권을 문제삼아 인근에 다른 고층 건물을 세우려는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이 사건에서 하급심 법원은 조망권을 일부 인정했지만 대법원에서 판단을 뒤집어 당시 화제가 됐다. 용산구청은 지난해 12월 청암자이아파트 건너편 토지를 소유한 김모씨에게 지하 2층, 지상 6층 상가건물에 대한 건축허가를 내줬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