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과 세계경제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낮췄다. 전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을 벗어날 돌파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IMF의 분석이다.

IMF는 9일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지난 7월 전망치(3.5%)보다 0.2%포인트 낮춘 3.3%로 내다봤다. 내년도 성장률도 기존의 3.9%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3.0%)보다 0.3%포인트 낮은 2.7%로 조정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올해 2%대의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내년 성장률도 3.9%에서 3.6%로 낮춰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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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세계경제 2% 미만 성장 가능성

IMF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전망치도 모조리 하향조정했다. IMF는 유로존 위기 심화와 미국 재정벼랑(재정지출의 대규모 감소), 유가 상승 등을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변수로 꼽았다.

유럽 지역에서 추가적인 재정긴축에 따른 경기침체가 불가피한 가운데 미국이 향후 예상되는 재정벼랑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실패할 경우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IMF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2% 미만에 그칠 확률을 올 4월에는 4%로 예상했다가 이번에는 17%로 4배 이상 높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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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 특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전 세계적인 동반 침체 속에 쓸 만한 카드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수출은 7월에 전년 동월 대비 8.8% 줄어든 데 이어 8월에는 6.2%, 9월에는 1.8% 각각 감소했다. KOTRA 조사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수출 전망은 2010년 1분기 이후 가장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의 침체 여파가 한국에 더 센 충격파로 다가오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은 “세계 경기가 동반침체하기 때문에 내구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외부 변수로 인해 국내 부양책을 강력하게 써도 효과가 거의 없다”며 “이럴 때는 재정투입보다는 가계부채, 부동산 등 경제의 취약부문을 건전화하고 체질을 강화하면서 경기가 턴(turn)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대선서 경제회복·성장 정책방안 필요

IMF 발표 이전부터 국내 연구기관 등은 올해 2%, 내년 3%대의 저성장 국면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올해 경기에 대해 IMF보다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다고 일찌감치 판단하고 별도의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곳도 많았다. 기업 10곳 중 8곳은 국내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판단했고 올해 대선에서 다뤄져야 할 중점 이슈로 경제회복과 성장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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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7.6%가 경기 상황에 대해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답했고 ‘정체돼 있다’는 응답과 ‘회복되고 있다’는 답변은 각각 19.2%, 3.2%에 불과했다. 4분기가 ‘더 나빠질 것’(68.5%)이라는 응답이 ‘좋아질 것’(4.8%)이라는 답변을 웃돌았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치도 높지 않았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73.4%가 ‘2%대’로 예상했고 ‘1%대’로 본 기업은 24.4%, ‘3%대’는 2.2%로 나타났다.

별도의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46.4%가 ‘운영하고 있다’고 했고 20.6%는 ‘운영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지 않도록 대내외 불안요인을 잘 관리하고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선과정에서도 경제회복과 성장에 대한 구체적 정책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원기/윤정현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