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을 이끈 주역 ‘베이비부머’들은 이제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위아래 세대를 모두 뒷바라지하느라 부와 노동력을 소진, 많은 사람들이 은퇴 이후 빈손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악조건 속에서 자영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기도 하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후 출산율이 급등했던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이 도입되기 전인 1963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이다. 1970~1980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끈 산업 역군이었다. 높아진 소득 수준을 바탕으로 80년대 이후 소비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내 집과 자동차에 큰 관심을 가졌고, 자녀 교육에도 아낌없이 투자했다. 아파트값 상승과 강남 불패를 이끈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덮쳤을 때 이들은 30대 중반~40대 초반이었다. 한창 사회생활을 해야 할 나이에 구조조정의 광풍을 만났다.

창업에 나섰다가 쓴 맛을 보기도 했다. 견고해보였던 ‘평생 직장’ 개념은 무참히 무너졌다.

하지만 쉴 틈이 없었다. 이른바 ‘무한 경쟁’ 시대에 자신을 끼워맞췄다. 장성한 자녀들을 늦게까지 뒷바라지하느라 그동안 쌓아놓은 자산을 소진해야 했다. 청년 실업이 심화되고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캥거루족’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부모 부양 책임은 지려고 하지만 자신들의 노후를 자녀가 보살펴줄 것이란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다. ‘낀 세대’ 또는 ‘샌드위치 세대’ 신세라는 얘길 듣는 이유다. 이러다보니 쉬어야 할 나이가 돼도 일을 놓을 수 없다.

재산 밑천이 대부분 부동산인 것도 문제다. 중소기업연구원과 서울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50대의 평균자산(4674명 표본조사)은 3억3040만원으로 이 가운데 2억7500만원(83.2%)은 부동산 몫이다. 금융자산(4499만원)과 부채(3407만원)를 제외한 순금융자산은 1092만원에 불과했다.

호황기에 아파트로 재산을 불린 것은 잠깐이었고, 최근 부동산가격이 빠지면서 가장 호된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