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터널 탈출…돈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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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銀 '무제한 국채매입' 후 927억유로 순유입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 5개국인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에서 빠져나갔던 자금이 되돌아오고 있다며 29일 이같이 보도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가계와 기업의 예금이 늘어나고 있다. 2~3개월 전 벼랑 끝으로 몰렸던 유로존 경제가 극적인 회복세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CB 조치에 안심하는 채권 투자자들
유로존 재정위기는 근본적으로 신용위기에 따른 자금 조달의 위기였다. 지난해 7월 그리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빠지고, 국채 금리가 치솟은 스페인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앞다퉈 유로존을 탈출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회사인 ING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로 순유입된 돈은 927억유로(약 135조원)에 달했다. 2010년 1196억유로, 2011년 3000억유로, 2012년 4064억유로(1~8월)가 유출되다가 지난해 9월 이후 순유입세로 전환된 것이다.
5개국 국내총생산(GDP)의 32.6%에 해당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일부가 돌아왔지만 이들 국가의 정부와 기업, 은행들의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연 7.2%까지 올랐던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29일 현재 연 5.2%대로 하락했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역시 연 6%대에서 4.2%까지 떨어졌다. 지난 22일 70억달러 규모의 스페인 국채 10년물 발행 입찰에는 230억유로가 몰리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의 가계와 기업 예금이 지난해 12월 64억유로 증가해 모두 1678억유로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탈리아의 민간 예금도 지난해 12월 1조4970억유로로 전달보다 3.7% 늘어났다.
유로존의 이 같은 반전은 작년 9월 발표된 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OMT) 조치가 분수령이 됐다는 분석이다. ECB가 책임지고 위기국들을 디폴트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앤드루 밀리건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 글로벌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이 ECB를 믿고 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할 수 있게 됐다”며 “OMT 조치가 유로존 위기의 불길을 잡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더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어
다른 긍정적인 신호도 줄을 잇는다. 지난주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유로존 강세에 베팅한 자금 규모가 18개월 만에 최대치라고 발표했다. 유로존 경제의 회복세를 점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옌스 노트픽 노무라증권 글로벌외환팀장은 “유로화에 대한 비관론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투자심리 조사기관인 센틱스가 투자자 956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도 ‘1년 안에 유로존을 탈퇴하는 국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17.2%에 그쳤다. 지난해 7월 73%와 비교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하지만 위기의 그림자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ECB는 지난해 12월 5개국 금융사의 민간 대출이 전년 동기 대비 0.8% 줄었다고 발표했다. ECB의 무제한 양적완화로 총통화량(M3)은 3.3% 불어났지만 이 돈이 민간에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회귀하는 투자자금이 유로존의 채권시장으로 몰리는 것과 달리 2011년 이후 유로존 증시를 빠져나간 200억유로의 돈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로존 기업들의 경쟁력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여전히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