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일방적 특검 후보 추천에 대해 사과하라.”(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해괴망측한 일, 새누리당과 협의했다.”(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청와대가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별검사 후보 추천 재논의를 요구하자 4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청와대의 요구가 타당하다며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에 대해 ‘코드특검’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고위정책회의에서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같은 편이 돼 법의 취지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특검 실시 결정 과정은 이렇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살게 될 사저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국고로 재산을 불린 의혹이 있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특검을 주장했다. 결국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협의해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고, 이 대통령이 이 중 한 명을 지명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로 김형태·이광범 변호사를 추천했다. 이 사실이 발표되자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여야 간 원만한 협의를 거치기로 한 합의사항을 깼다”며 반발했고, 청와대는 정치권에 재논의를 요구했다.

특검 문제는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 기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우여 대표와 이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 전원이 특검 문제를 거론했다. 민주당 고위정책회의에서도 박 원내대표, 이용섭 정책위 의장, 박영선 국회 법사위원장, 서영교 원내부대표 등이 특검 발언을 쏟아냈다.

책임을 따지자면 청와대와 여야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 청와대는 ‘내곡동 특별검사법’에서 특검 추천 주체를 민주당으로 명문화한 것을 두고 위헌 소지 여부를 검토했다. 그럼에도 재의(再議)에 부치지 않고 지난달 21일 그대로 공포했다가 뒤늦게 재논의를 요구,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도 대선에 몰두하느라 협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정권심판’ 카드를 활용하기 위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같은 편으로 묶어두려는 야당이나, 민주당을 정쟁만 일삼는 정치세력으로 몰아붙이려는 새누리당이나, 정치공학 수(手)싸움이 난형난제다.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