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들, 신제품 발표 행사에 싸이 초청하려 물밑작전
싸이 섭외 무산시 영상 인터뷰ㆍ소속 가수 공연이라도

콧대 높던 IT 기업들이 '강남 스타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가수 싸이를 모시기(?) 위해 안달이 났다.

미국 빌보드 차트 1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한국 가수로는 전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싸이를 각종 신제품 발표회나 행사 등에 섭외하기 위해 애를 태우고 있다. 싸이가 참석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싸이의 바쁜 스케줄 탓에 모델 영입은 고사하고 일회성 행사조차 그를 출연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 이렇다보니 싸이의 영상 멘트를 받아오거나 싸이가 소속된 기획사의 다른 가수들을 불러 관심을 유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 발표회에 싸이를 등장시켰다. 실제 싸이가 아니라 싸이의 인사가 담긴 영상 인터뷰를 통해서다. 4년째 지펠 김치냉장고 모델을 맡고 있는 이승기와 함께 새 모델로 발탁된 싸이는 영상에서 "지펠 김치냉장고 모델로 발탁되면서 근근이 찍어왔던 CF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승기와 싸이가 호흡을 맞춘 CF의 티저 영상도 공개했다. 강남 스타일 리듬에 맞춰 두 사람이 '아삭 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티저 영상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공개되자마자 수백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팬택은 지난달 24일 올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베가R3 스마트폰을 첫 공개하는 행사를 강남스타일과 연관시키는데 주력했다. 상암 사옥에서 제품 발표회를 갖던 관행을 깨고 처음으로 강남 한복판에서 행사를 열었다.

팬택 측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세계를 사로잡았듯 베가R3 역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의미" 라며 "팬택도 싸이처럼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팬택은 이 행사에 싸이를 직접 출연시키기 위해 섭외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행사 의미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싸이를 초청하려고 다방면으로 접촉했다" 며 "싸이가 미국에 있는 관계로 아쉽게 성사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대신 팬택은 이날 저녁 싸이의 소속사인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2NE1를 비롯해 거미, 세븐 등을 불러 라이브 공연을 열었다.

그런가하면 발빠르게 싸이와 손잡고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 기업도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자사의 커뮤니티서비스인 '싸이월드' 마케팅에 싸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새 단장한 싸이월드 애플리케이션 출시에 맞춰 2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싸이의 무료 콘서트도 진행했다. SK컴즈는 싸이를 섭외해 온라인 광고을 하고 콘서트를 여는데 10억 원 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기업들의 마케팅 섭외 1순위로 싸이가 급부상했다" 며 "하지만 싸이의 일정이 워낙 빡빡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속앓이를 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