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과 푸짐하게 차린 음식을 나눠 먹으며 가족의 정을 더한다는 명절, 추석.

최근 세태 변화와 함께 차례상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명절 준비에 드는 육체적, 시간적 부담으로 인해 이제 명절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가장 부담되는 연례 행사로 인식되고 있다. 주부들의 부담과 더불어 기러기 아빠, 비혼자의 증가 등, 가족 형태가 변하면서 전통적인 차례상 준비 대신에 최근 몇 년 사이에 각광받는 것이 바로 차례상 대행업체다.

비용만 지불하면 당일 준비한 음식으로 정성스럽게 차례상을 준비해준다는 대행업체,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명절을 앞두고 해마다 피해사례가 속출하는 것이 바로 이 차례상 대행업체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그들의 상차림은 믿을 만한가? 배달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상한 음식이 배달되는 등 최근 소비자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국산이란 말 믿었는데…' 차례상 올라갈 음식 원산지 둔갑
30일 방송된 '미각스캔들'에서는 '수상한 차례상 대행업체' 코너를 통해 대행업체와 제수 음식 판매점에서 벌어지는 각종 꼼수들을 파헤쳤다.

일단 '국산' 표시를 해 두고 본다. 어차피 눈으로 구별하기도 힘든 데다 일일이 단속하지 못할 거란 배짱이다. '미각스캔들' 제작진이 추석을 앞두고 일부 재래시장과 노점상의 농수산물 원산지 표기 실태를 취재한 결과다. 차례상에만큼은 국산을 올리겠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는 행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각스캔들' 제작진은 제수용품 중 고사리와 굴비의 원산지 둔갑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북한산' 고사리 대부분이 중국산

말린 고사리는 전문가도 육안으로 원산지를 구별하기 어려운 식재료다. 대체로 알려진 감별법. 국산 고사리는 색깔이 연한 갈색이고 독특한 향기가 강하지만 중국산 고사리는 진한 갈색에 향이 약하다. 또 물에 담갔을 때 부푸는 속도가 국산은 빠르고, 중국산은 느리다.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큰 감별법이다.

제작진이 지난 25일 찾아간 서울 A재래시장에서는 '국산' 표시가 된 고사리가 600g에 3000원에서 1만원까지 다양한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재배농민은 “국산은 고사리 소비량의 10%에도 못 미칠 것”이라며 “수입물량이 너무 많아 국내 농가들이 제값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는 '북한산'이라고 표시한 고사리도 많았다. 북한산 고사리는 중국산보다 600g에 1000∼2000원 정도씩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상인들은 “손님들이 중국산보다 북한산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산 농산물은 2010년 5월 이후 수입이 금지된 상태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남북 간 교역을 전면 금지한 5·24 대북조치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산' 고사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 서울 B시장에서 북한산 고사리를 팔고 있던 한 상인은 “그(5·24 대북조치) 이전에 구입해 온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옆 가게 점원은 고객으로 위장한 제작진에게 “그거 다 중국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부르는 게 원산지? … 같은 가게서도 다른 말

원산지를 '영광 법성포'로 표기한 굴비를 8마리 3만원에 팔고 있는 트럭 앞에 손님들이 모여 있다. 굴비 역시 원산지 구별이 쉽지 않은 품목이다. 배 부분이 노란 게 국산이라는 것 정도가 구별법이다. 소비자들로선 상인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서울 A시장의 한 가게에선 판매원에 따라 같은 굴비의 원산지가 바뀌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어디 거냐'란 제작진의 질문에 주인은 “목포산”이라 대답했고, 직원은 “제주도산”이라고 답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시장에서는 원산지 둔갑술도 횡행하고 중국 밀수업자들이 배를 통해 검역도 받지 않고 수입한 중국산 고사리들이 5~6배 비싼 국내산으로 팔리는 세태에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16만원으로 차례상 차리기

수확을 앞두고 이어지는 태풍, 폭우, 올해 추석은 다른 여느 해보다 차례상 준비가 부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마다 명절만 되면 당연지사로 받아들였던 물가폭등, 과연 이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장바구니 물가의 요동으로 전국민이 고통받는 요즘, 명절 앞에서도, 태풍 앞에서도 일년내내 같은 가격으로, 20, 30% 더 싸게 생활의 필요한 모든 것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의 올해 추석 예상비용은 약 16만원, 세계 최고의 물가 상승율로 악명높은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바로 그 답은 협동조합에 있다. 협동조합은 생산자와 판매자들의 조합원이 돼 필요한 만큼 생산량을 계약하고 직거래라는 유통방법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생산판매 조직으로 소개돼 반향을 일으켰다.

내년 명절에는 더 믿을 수 있는 식품과 상품을 더 싼 가격으로 마련해 올 추석을 보내는 협동조합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