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만든 것은 1869년이다. 프랑스 라브와지에가 처음으로 30종의 원소를 대상으로 원소표를 만든 지 80년 후다. 멘델레예프는 당시까지 알려진 원소 83개에 각각 번호를 매겼다. 기준은 원소의 무게였다. 성질이 같은 원소끼리 8개군으로 나누었다. 물론 1번은 가장 가벼운 원소이자 기체인 수소였다.

이에 따라 세로줄은 비슷한 성질을 가진 원소들이 모이고 가로줄은 비슷한 무게의 원소들로 이뤄지는 주기율표를 완성하게 됐다. 그는 이런 기준으로 가로와 세로에 따라 방을 나누면 방마다 원소가 존재할 것으로 보았다. 당시까지 원소가 발견되지 않아 빠진 부분은 공란으로 두고 번호도 매기지 않았다. 이후 그가 예측했던 대로 원소들이 속속 발견되었다. 특히 1885년에 발견된 게르마늄은 원자량이나 원자가(價), 비중, 녹는점, 화합물 등이 멘델레예프가 예언했던 그대로였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가 널리 인정받게 된 배경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자연계의 원소는 모두 92개다.

물론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에서는 더 많은 원소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예견되었다. 과학자들은 20세기 들어 가속기나 원자로를 사용해 핵반응이나 핵분열을 일으켜 원소를 인공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1937년 이탈리아 팔레르모대의 연구진들이 첫 성과를 거두었다. 그들은 미국 버클리대의 가속기로 테크네튬(Tc)이란 인공원소를 발명했다. 원소의 발명이 바로 상업적으로 응용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공원소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 나라 과학수준의 척도이며 국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테크네튬 이후 지금까지 모두 20개의 새로운 원소들이 만들어졌다. 이들 인공원소는 일부를 제외하곤 매우 불안정해 길어야 몇 초 동안만 존재했다 사라진다. 원소를 발명했다 하더라도 입증할 만한 자료들이 충분히 축적돼야 국제공인기관으로부터 인정받게 된다. 화학의 표준과 제도 등을 정하는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은 올해 초 미국 연구진이 만든 114번과 116번 인공원소 이름을 각각 플레로븀(Fl)과 리버모륨(Lv)으로 확정한 뒤 이를 주기율표에 공식적으로 게재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들 원소를 만든 지 각각 14년과 12년 동안 추적조사를 한 후에야 주기율표에 오른 것이다.

엊그제는 일본 리켄연구소가 2004년 합성에 성공한 113번 원소를 9년간 추적연구한 끝에 존재를 입증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IUPAC는 아직도 이를 확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원소가 인정되면 자포니움이라 불릴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학자들도 새 인공원소 ‘코리아늄’을 빨리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