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등 만들자" 비장한 구본무, '인화의 LG'서 혹독한 성과주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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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LG웨이 선언
주요 계열사 임원 갑자기 소집 "뼛속까지 바꿔라" 호통
연말 대폭 인사 예고…'박빙' OLED TV부터 승부
주요 계열사 임원 갑자기 소집 "뼛속까지 바꿔라" 호통
연말 대폭 인사 예고…'박빙' OLED TV부터 승부
‘1등을 하거나 판을 바꾸거나.’
구본무 LG 회장이 26일 ‘시장 선도’를 경영 화두로 앞세우는 ‘뉴 LG웨이’를 선언했다. 시장 점유율에서 확고한 선두 업체로 올라섰거나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가장 먼저 내는 계열사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대로 가다가는 평범한 기업으로 전락해 고객과 인재가 다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임원 세미나를 소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장 선도 성과로 임원 평가할 것
구 회장은 지난 1월 임직원들에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정면으로 부딪쳐야 한다”며 “뼛속까지 바꾸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선도를 위한 리더십과 사업가 육성’을 주제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1박2일 마라톤 토론을 벌인 뒤 내린 결론이었다. “1년이 길어 보이지만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말을 곁들이며 시장 선도를 위해 서둘러 줄 것도 주문했다.
9개월이 지났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TV에서 삼성을 많이 따라잡았으나 여전히 세계 2위이고 삼성이 지난 7월 디스플레이 부문을 합병하면서 LG디스플레이도 2등이 됐다. 경쟁사보다 6개월 늦게 시작한 스마트폰 사업에선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구 회장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예정에 없던 긴급 임원 세미나를 소집했다는 게 LG 안팎의 시각이다. 12월 임원 인사를 앞두고 그룹 내 모든 임원들에게 가장 먼저 시장 선도 가치를 알리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편광방식(FPR)의 3차원(D) 패널을 만들어 삼성 중심의 3D 시장 트렌드를 바꾼 LG디스플레이나 전기자동차 배터리 부문 1위인 LG화학 같은 사례를 전 계열사로 확대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구 회장은 “탁월한 상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시장 선도 성과로 모든 임원들을 평가하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연말에 대폭 물갈이 임원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객과 인력 유출 막기 승부수
구 회장은 이날 시장 선도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고객과 인재가 빠져나가는 것을 우려했다.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면 더 이상 고객과 인재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기업으로 남는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실제 10%대였던 LG 휴대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3%대로 떨어지면서 스마트폰하면 “삼성 아니면 애플”이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핵심 인재들이 LG를 선택하지 않거나 LG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나간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구 회장이 “시장 선도 기업에 맞는 보상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조건이 맞지 않아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직원들이 실망해서 LG를 떠나게 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LG는 구 회장의 ‘뉴 LG웨이’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시장 선도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사업 책임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책임경영을 강화할 예정이다. 1등에 가장 근접해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디스플레이에서 선도적 사업자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연구·개발(R&D)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산학 R&D 프로젝트 등으로 맞춤형 채용 프로그램을 늘리고 임원급 대우를 받는 연구위원 처우를 개선할 계획이다. 시장 선도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늘리고 직무 발명 보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LG가 글로벌 유력기업으로 자리잡았지만 시장을 뚜렷하게 선도하지는 못하고 있는 게 냉정한 현실”이라며 “구 회장의 발언에는 더 이상 평범한 성과로는 안되며 체질과 일하는 방식이 모두 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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