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시행이 발표된 지 2주가 돼가지만 국내외 증시는 당초 전망과 달리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위험자산 선호로 달러 약세, 원자재값 강세가 예상됐으나 실제론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QE1과 QE2 때보다 기대효과가 작은 데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성장 둔화가 향후 증시 흐름에 관건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26일 코스피지수는 10.97포인트(0.55%) 빠진 1980.44로 마감, 이틀 연속 하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란 회의론이 불거지면서 미국 증시가 25일 하락세를 보인 것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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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E3 수혜주 ‘반짝’ 상승 그쳐

QE3 수혜주로 분류된 업종들도 ‘반짝’ 상승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 증권 건설 화학 철강·금속 전기전자 운송장비(자동차) 등 경기 민감 업종의 상승세를 예상했다. 그러나 유가증권시장의 은행과 증권업종 지수는 QE3 발표 전 거래일(13일) 대비 각각 3%, 6.79% 오르는 데 그쳤다. 화학 철강·금속 등 원자재 관련 업종도 글로벌 상품 가격이 주춤하면서 기대 이하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병칠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상품가격에 영향을 주는 유가 상승세가 꺾인 것이 관련주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외 대표지수들도 같은 움직임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3일(1950.69)에 비해 소폭 올랐지만 14일의 2007.58과 비교하면 완연한 약세다. 미국 다우지수는 QE3 발표날인 13일(현지시간) 종가와 비교하면 0.6% 떨어졌다. 영국 FTSE100은 같은 기간 0.9% 하락했으며 일본 증시는 발표 직전일 종가와 비교해 1.0%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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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되레 하락, 달러는 올라

원자재 가격과 달러 가치 전망도 지금까지는 잘못 짚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 유가, 금값 등은 오히려 하락했으며 달러도 약세는커녕 발표일 이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25일 배럴당 90.66달러로 13일에 비해 7.8% 하락했다. 최고 안전자산으로 선호되는 금 가격도 소폭 하락했다. 1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온스당 1772.1달러였던 금값은 25일 1764.7달러로 0.4%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14일 달러당 1117원20전에서 이날 1121원1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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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유럽 리스크로 효과 반감

QE3 효과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정책이벤트 기대심리가 주가에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됐고, 중국의 성장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QE3 발표 이전에 기대심리가 작용해 이미 글로벌자금이 위험자산 쪽으로 움직였고, 주가에도 그런 분위기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수혜주라고 했던 종목들이 QE3 발표 때 반짝 주가가 올랐으나, 이후에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상승세가 꺾였다”며 “스페인 구제금융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져 미리 팔아놓고 보자는 심리가 증시를 짓눌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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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는 역시 유럽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달러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 지연과 은행단일감독기구 설립에 대한 유로존 주요국의 이견 노출로 안전자산 선호가 다시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QE3의 효과도 유럽 위기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규호/황정수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