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경대학교 노조지부장이 학교 간부와 회식자리에서 폭탄주를 마시다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6일 한경대 노조와 유가족에 따르면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경대지부장을 맡고있는 성다현(36·입시관리팀 직원)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학교 인근 식당에서 대학측 간부들과 회식을 갖고 만취상태에서 귀가한 뒤 곧 119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30여시간만에 숨졌다.

회식에는 지난 7월1일 발령받은 박희근 사무국장을 비롯한 총무과장·총무팀장 등 학교측 간부와 노조간부 5명 등 8명이 함께 했으며, 오후 6시30분부터 1시간50분동안 진행됐다.

이날 마신 술은 소주 19병과 맥주 6병으로, 음식값 25만5천원 가운데 술값으로 7만5천원(29.4%)을 지불했다.

8명 가운데 6명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아 1인당 평균 소주 3.2병과 맥주 1병씩을 마신 셈이다.

성다현 지부장은 몸을 가누지 못해 동료의 부축을 받고 집에 도착한 뒤 곧 호흡이상 증세를 보여 119구급차로 평택 종합병원과 천안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1일 오전 5시55분께 사망했다.

성 지부장의 평소 주량은 소주 1병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측은 사망원인에 대해 1차 기도흡입, 2차 심정지, 3차 순환장애로 판단했다.

숨진 성 지부장은 2004년 초 한경대 교직원으로 임용돼 우수직원상(2008년), 우수아이디어상(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2011년)을 수상했으며 지난 1월1일부터 2년 임기의 노조지부장에 임명돼 노조활동을 벌여왔다.

유가족은 임신 8개월 중인 부인(34)과 5살된 아들이 있다.

술자리에 함께 참석한 노조 회계감사 송성헌(44)씨는 "사무국장이 폭탄주를 돌리는 과정에서 노조 간부들이 술을 먼저 마실 경우 등 각종 이유를 들어 맥주컵에 소주를 가득 채운 '벌주'를 여러잔 돌려 모두 만취, 결국 사망사고로 이어졌다"며 "숨진 성 지부장의 산재처리와 유가족의 학교취업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망인은 "학교측에 산재처리와 유가족의 직장문제를 요구했는데 3주가 지나도록 성실한 답변이 없다"며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사무국장은 "폭탄주는 술을 마신 6명이 돌아가면서 만들어 돌렸고, 노사 대등한 관계의 술좌석이어서 '벌주' 형식의 강제로 술을 권유하는 일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함께 술자리에 동행한 학교측 간부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서로 마시라고 권유는 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안성연합뉴스) 김종식 기자 jong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