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내용 재탕에 그쳐…`속 빈 강정' 비판도

최근 횡령 사건 등으로 신뢰가 추락한 금융지주사들이 서민금융지원과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대부분 이미 시행 중이거나 시행키로 방침을 정한 것들이어서 '속 빈 강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우리ㆍKBㆍ하나ㆍ신한ㆍKDBㆍ농협 등 6대 금융지주사는 지난달 열린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회사 회장 간담회의 후속 조치를 21일 발표했다.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라는 금융위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서민금융 지원 방안을 보면 우리금융은 지난 11일 발표한 `세일 앤드 리스백'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광주ㆍ경남은행에까지 이를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여신관련 수수료 폐지와 가계대출 금리 상한선 인하, 가계주택담보대출 설정 최고액 인하 등 각종 제도도 개선한다.

새희망홀씨대출과 미소금융 사업의 대출 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거나 한도를 늘려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KB금융은 지난 7월 새희망홀씨대출의 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고 올해 목표를 2천320억원에서 2천800억원으로 확대한다.

지난 2월 2천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 설립, 청년ㆍ대학생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KB청년창업펀드'의 창업지원 등은 이미 추진중이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새희망홀씨대출, 바꿔드림론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2%포인트 인하했다.

또 서민전용창구를 지점 9곳에 마련하고 10%대 중금리 소액 신용대출 상품을 개로 출시하기로 했다.

소득이 늘어났거나 신용등급이 올라갔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대출금리 인하 요구권이 그동안 유명무실했으나 앞으로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고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농협금융도 새희망홀씨대출·바꿔드림론 활성화 차원에서 금리를 2%포인트 내리고 대학생 고금리전환대출을 확대한다.

신한금융은 이미 시행하는 `새희망홀씨대출'과 미소금융 사업을 지속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지금 운영하는 청년드림대출, 대학생 고금리전환대출을 신뢰회복 방안에 포함했고 새희망홀씨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고객을 위한 `새희망드림대출' 판매를 늘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KDB금융은 파이오니어 중소ㆍ중견설비투자펀드대출, 경제활력촉진운영자금 등을 내놓았다.

금융지주사들은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 대책도 만들어 시행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금융소비자 보호 및 서민금융 관련 10대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2010년 만들어진 금융소비자보호센터를 수석부행장 직속으로 배치했다.

KB금융은 소비자보호실을 금융소비자보호부로 확대했다.

신한금융은 준법 모니터링 시스템 개선과 대출서류 관리 적정성 점검을, KDB금융은 서울 본점과 8개 지역에 기업 금융애로 상담센터와 주말 금융상담센터 설치를 내걸었다.

그러나 이들 6개 금융지주사가 발표한 내용은 대부분 금융위 간담회 이전부터 이미 운영하던 상품이나 제도를 재탕한 수준이어서 금융지주사들이 과연 쇄신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그동안 해오던 것들을 더 잘해보겠다는 다짐"이라고 변명했다.

이어 "대출서류 조작과 횡령 등 도덕적 해이 문제는 당국이 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풀면 될 일인데 신뢰 회복을 위해 서민금융 지원 대책을 한 달 만에 마련하라는 금융위 방침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금융위에 화살을 돌렸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고유선 안홍석 기자 ksyeon@yna.co.krcindy@yna.co.kr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