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숲'오도오리공원'
바쁜 여행길 산책하기 딱~147m TV탑에 전망대
맥주 애호가들 성지
야생 호프 넣은 '삿포로맥주'…부드러운 풍미로 입맛 유혹
일본 홋카이도를 찾는 이유는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아름다운 자연이고, 둘째는 익숙한 일본과는 또 다른 이국적인 감성, 셋째는 그런 감성이 만든 홋카이도다운 먹거리와 볼거리다.
일본 열도 최북단에 있는 홋카이도. 일본 국토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땅에는 우리가 알던 전통적인 일본 문화의 틀에서 벗어난 일본답지 않은 일본이 있다. 지금껏 만나지 못한 일본의 모습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것.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동해를 거쳐 일본 열도의 서쪽 축을 따라 북으로 한없이 날아가길 두 시간 여. 일본 최북단에 자리한 거대한 섬 홋카이도가 반갑게 마중한다. 홋카이도의 또 다른 이름은 ‘일본의 북유럽’.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청정한 자연유산을 바탕으로 100여년 전 근대화의 흔적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곳이다. 사람들이 이름난 도쿄와 오사카를 제쳐두고 홋카이도로 발길을 재촉하는 까닭이다.
홋카이도는 겨울의 눈으로 유명하다. 가을 홋카이도의 감흥도 겨울 못지않다. 홋카이도를 잘 안다는 사람은 으레 겨울보다 늦여름부터 가을을 제일로 칠 정도다. 북쪽나라 홋카이도의 대지가 수확의 계절을 맞이하며 산과 바다에서는 가을의 입맛을 유혹하는 식재료가 모여든다. 들과 언덕에서는 가을을 반기는 꽃과 단풍으로 물드니 흰색 가득한 무채색의 겨울 홋카이도와 달리 가장 화려한 홋카이도와 만날 수 있어서다.
이렇듯 홋카이도의 대지가 가장 빛을 발하는 계절이 가을이니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손해다.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거대한 북쪽나라를 돌아보며 낭만의 한때를 맛보는 것은 홋카이도에 대한 예의이자 겨울과는 또 다른 홋카이도의 매력을 즐기는 방법이다. ‘방랑’이라는 말이 이 계절의 홋카이도에 더 없이 어울린다.
○눈, 입이 즐거운 홋카이도 관문, 삿포로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관광지는 도청 소재지이자 교통·문화·경제의 중심인 삿포로다. 홋카이도의 관문인 신치토세공항으로부터 공항철도로 1시간 정도면 닿는다. 홋카이도 내 주요 관광지로 향하는 거점이자 홋카이도가 자랑하는 관광명소들도 가까이 있어 좋다.
삿포로의 랜드마크는 JR삿포로역과 인접해 시내를 가르는 거대한 녹지공원인 ‘오도오리공원’이다. 한겨울 세계적 축제로 자리잡은 삿포로 눈축제의 개최 장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공원의 길이만 1.5㎞나 될 만큼 거대하다. 늦여름의 녹음과 한 발 앞서 찾아온 가을의 진홍이 어우러져 대도시 삿포로의 감성을 전하니 바쁜 여행길에 산책이라는 사치를 좀 부려도 아깝지 않다.
공원의 가장 동쪽에서 공원의 상징물로 자리 잡은 높이 147m의 ‘텔레비전탑’도 볼거리다. 겉모습이 눈에 확 띈다. 탑 꼭대기 90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오도오리공원을 가운데 두고 삿포로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삿포로를 단숨에 품에 안을 수 있다.
오도오리공원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옛 홋카이도 청사도 놓칠 수 없다. ‘아카렌가(적벽돌이라는 뜻의 일본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네오 바로크 양식의 이 건물은 124년 전인 1888년에 건설됐다. 건물 안에는 지역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자료와 전시관이 마련돼 있어 홋카이도는 물론 삿포로의 옛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다.
○삿포로 명물, 맥주
삿포로에서는 삿포로맥주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본 최초의 맥주공장이 세워졌고 일본 맥주의 역사 또한 이곳 삿포로에서 시작되었으니 삿포로 여행에서 맥주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소재다. 지금도 삿포로맥주를 비롯해 기린맥주, 아사히맥주 등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의 맥주회사들이 공장을 세우고 맛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맥주 애호가들의 성지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 중 으뜸은 역시 삿포로맥주다. 1872년 황무지와 다름 없던 홋카이도 개척 당시 맥주 원료인 야생 호프를 발견하고 이를 재배해 1876년 최초의 맥주를 만든 것이 삿포로맥주의 출발이다. 맥주의 맛을 아는 이들은 독일의 유명 맥주들과 함께 삿포로맥주를 명품으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맥주회사조차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호프를 철저하게 맥주 전용 호프로 개량해 세계의 명품 맥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본맥주 고유의 맛을 만들어냈다. 독일 맥주 못지않게 진한 맛이어서 여름만큼이나 강렬하기 그지없다. 뒤이어 거품과 함께 찾아오는 부드러운 풍미도 다른 맥주 맛을 잊게 만든다.
◆진한 육수 삿포로 라멘…맥주와 곁들이면 입안 가득 행복이…
삿포로는 맥주의 정점이자 발상지인 만큼 원조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코스가 발달돼 있다. 가장 편리하게 삿포로맥주의 매력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삿포로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삿포로맥주박물관. 일본 유일의 맥주박물관으로 1890년 당시 맥주공장으로 건설된 건물을 그대로 이용해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박물관은 새빨간 벽돌과 ‘삿포로맥주’라는 페인팅이 새겨진 높다란 굴뚝이 상징적인 3층 건물. 별도의 입장료를 내지 않고 자유롭게 시설을 둘러볼 수 있으니 3층부터 1층까지 내려오면서 삿포로맥주의 역사를 마음껏 즐기면 된다.
박물관에서 술을 마시는 진풍경도 맥주박물관이기에 가능한 즐길거리. 견학 코스 마지막에 유료 시음 코너인 스타홀이 마련돼 있어 신선한 삿포로맥주를 현장에서 바로 맛볼 수 있다. 애주가들이 삿포로 맥주박물관을 좋아하는 이유다.
삿포로맥주를 맛본 김에 공장 견학까지 하고 싶다면 신지토세공항에서 멀지않은 JR지토세선 삿포로비루테이엔역에 자리한 삿포로맥주 공장을 찾으면 된다. 삿포로맥주의 발상지답게 삿포로맥주의 역사와 특징은 물론 효모의 발효부터 숙성에 이르는 생산의 전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도록 견학코스를 갖췄다. 견학시간은 오전(9시~11시30분)과 오후(1시~3시30분)로 나뉘어 자유롭게 견학할 수 있다. 약 40분간의 견학에 이어 공장에서 막 생산된 다양한 삿포로맥주를 즉석에서 즐기는 무료 시음 코스도 있어서 눈과 입 모두를 즐겁게 한다.
○맥주와 즐기면 더 맛있는 삿포로 라멘
맥주와 더불어 삿포로의 미각을 논함에 있어 빠지지 않는 것이 삿포로 서민들의 시장기를 날려주는 삿포로라멘이다. 라멘은 라멘골목으로 통하는 라멘요코초에서 즐겨야 한다. 라멘요코초는 라멘 하나로 맛의 진검승부를 펼치는 16곳의 라멘집들이 모여 있는 라멘의 먹자골목. 어떤 점포에 들어가도 실패없이 삿포로라멘을 즐길 수 있다. 일본 전국을 호령하는 일품 라멘을 본점인 삿포로에서 맛볼 수 있기에 1년 내내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삿포로라멘의 가장 큰 특징은 진한 스프(육수)다. 마치 우리네 사골육수를 우려내듯 돼지뼈를 푹 고아내고 닭고기 육수를 섞은 진득한 스프에 삿포로라멘의 가장 큰 특징인 미소(일본된장)를 더해서 국물맛을 완성한다. 돼지뼈와 고기로 육수를 내리지만 몇 번에 걸쳐 기름을 걷어내기 때문에 어떤 육수보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자랑하는 것도 삿포로라멘만의 비결이다.
삿포로라멘은 맥주와 함께 즐기면 더욱 맛있다. 돼지뼈로 내린 육수여서 아무래도 느끼하고 한국에서와 달리 김치 등이 나오지 않으므로 입안의 텁텁함을 맥주로 개운하게 씻을 수 있어서다. 가격도 한 그릇에 800엔 정도니 부담 없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홋카이도 여행 문의 (02)737-0532, kr.visit-hokkaid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