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활용해 자산을 운용하고 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보험영업과 자산운용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준비금을 적립한다. 하지만 보험사고가 예상보다 많이 발생할 수도 있고 자산운용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여유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위험에 대비해 여유자금 규모와 예상치 못한 손실가능금액을 비교해 재무건전성 지표로 사용하고 있는데, 현재 여유자금이 손실가능금액의 몇 배인가를 보험회사의 재무적 안정성 지표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RBC(Risk-based Capital) 비율이라고 한다.

금융감독당국에서 이 여유자금을 ‘가용자본’이라 하고 있으며 보험회사 리스크 평가제도는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충당할 수 있는 가용자본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리스크 평가제도를 통해 감독당국은 보험회사에 대한 감독을 건전성 지표 중심으로 하게 되고, 개별 보험회사는 리스크 관점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즉, 과거와 같이 자산포트폴리오 중에서 주식과 채권 등 위험자산의 투자부분을 일정 비율 이내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고, 위험자산이 많으면 재무건전성 지표가 낮아지게 되므로 각 보험회사가 재무건전성 지표를 높이려면 스스로 위험자산의 투자 비중을 낮춰 자산을 운용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위험자산의 비중을 낮춰야 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며 회사가 지급여력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산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일 것이다.

최근 보험회사가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을 극단적인 위험자산으로 간주해 재무건전성 지표를 산정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한 선행 연구가 거의 없어 단시일 내에 제도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이런 제도가 시행될 경우 발생 가능한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미국과 일본의 제도 등 국제적 정합성과 맞지 않다. RBC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미국 및 일본의 경우에도 계열사에 대해 위험 정도를 별도로 상향 적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 또한 보험회사의 자본적정성 규제는 전 세계 금융당국의 정책조율을 통해 정립될 사안으로, 국제적 정합성 확보가 중요하다.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는 각국의 자본적정성 규제에 대한 정합성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선의의 투자자 및 계약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인위적으로 과소 평가함으로써, 보험계약자들의 혼선 및 투자자(주주)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보험사의 RBC 비율이 급락하면 보험사 채무불이행을 우려한 보험계약자가 해약을 요구하는 등 보험산업이 불안해질 수 있다. 또한 보험사 재무건전성 이슈로 주주의 불필요한 증자부담 및 주식가치 하락에 따른 선의의 투자자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보험사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매각할 경우 주식시장 침체 등 국가경제적 혼란 초래와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 노출 및 국부유출 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세 번째로 국내 보험산업의 국제적 경쟁력 약화도 큰 문제다.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 보험산업 잠식이 가속화되고 국내 보험산업에 진입한 미국 및 유럽의 대형 외국 보험사가 공격적 영업 및 투자의 기회로 악용할 소지가 크다. 또한 국내 보험사의 해외 진출 제한으로 해외보험시장 확보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다수 국가의 보험감독당국은 해외 보험사의 인·허가 요건으로 본국 소재 보험사가 최소 RBC 비율을 갖도록 규제 중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국은 200%가 최소 RBC 비율이다.

리스크 평가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계속 발전해온 제도로서 리스크 중심의 감독이라는 세계적 금융감독 추세에 발맞춰 오고 있고 보험회사의 합리적 경영에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위험자본의 산출방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항석 < 성균관대 교수·보험계리학 hangsuck@skku.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