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었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자살예방협회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2003년 제정했다. 그리고 이날 우리 언론은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이 7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1위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야 할 청소년들이 매년 이슬처럼 사라지고 있으니 30여년 넘게 교단을 지킨 교육자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인이 무엇일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보다는 항상 남보다 앞서 가라는 무한 경쟁만 가르친 우리 교육자에게 있을지 모른다.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아 학생들에게 일일이 애정과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자들은 학생들이 잘못된 길이나 절망에 빠지지 않게 더 노력했어야 한다. 나만이 아니다. 많은 교육자들이 그렇게 자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성적 및 진학문제’와 ‘가정불화’가 주된 이유라고 티격태격하며 책임을 전가한다는 보도를 접하니 한심하고 안타깝다.

몇 년 전 영국에 교육 시찰을 다녀온 어느 중학교 교감선생님한테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일하는 청소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얼굴에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여기저기 버려져 나뒹구는 담배꽁초를 청소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여, 무엇이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더니, 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이 자기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보장해 주기 때문에 고맙고 즐겁다는 답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행복은 소유와 비례하고 욕망과는 반비례한다고 한 폴 새뮤얼슨의 행복 공식이 생각났다. 내 컵만 바라보고 다른 사람의 컵과 비교하지 않는 자세, 내용물이 얼마 남지 않은 컵을 바라보며 낙담도 푸념도 없이 그냥 남아 있음에 감사하는 자세, 그것이 행복한 오늘을 사는 소박한 지혜다.

과연 우리 한국의 청소년들도 그렇게 소박한 꿈을 가지고 인생을 여유 있게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자신만의 꿈과 적성을 키워가며 자기만의 인생을 설계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할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리고 남들과 구분하지도 비교하지도 말고 살아야 한다.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세계 최빈국 부탄의 국민들이 나라별 행복지수가 제일 높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잘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한국이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당국과 가정, 학교가 손을 잡고 어떻게 인성교육을 효율적으로 시행해 체득하게 할 것인가에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준순 < 서울교총 회장 ang66666@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