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많은 롯데의 파격 출산휴가 끝나면 1년 자동 휴직
롯데가 여직원들의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출산휴가(3개월) 이후 1년간 육아휴직으로 자동 전환되는 제도를 도입한다.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음에도 ‘워킹맘’들이 회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그룹은 여직원들이 육아휴직을 별도로 신청하지 않더라도 출산휴가가 끝나는 시점에서 자동으로 1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휴직제도를 개선, 17일부터 모든 계열사에서 시행한다고 16일 발표했다. 법에서 보장한 1년간의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하기를 희망하지 않을 때는 회사의 별도 승인을 받아 휴직을 취소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정규직뿐 아니라 파트타임 사원 등 모든 여직원에게 적용된다. 이창원 롯데그룹 홍보담당 상무는 “이번 조치로 육아휴직 대상자들이 자유롭게 휴직제도를 이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여성근로자들의 출산휴가 후 육아휴직 신청 비율은 62.8%였으며, 롯데그룹은 이보다 약간 높은 68% 수준이었다.

출산휴가 때는 수당을 제외한 통상임금이 모두 지급되고, 육아휴직 기간에는 고용보험법에 따라 최대 1년간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월 50만~100만원 한도 안에서 통상임금의 40%가 지급된다. 이 상무는 “법적으로 육아휴직을 최대 3년간 보장하고 있어도 육아휴직 대상자들이 대부분 1년 휴직한다”며 “롯데가 자동전환 보장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것도 고용보험 지급기간과 연관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내년부터 육아휴직 후 복직을 돕기 위해 인터넷 기반의 학습 시스템도 운영한다. 휴직 기간별로 짜여진 인터넷 재택교육을 통해 휴직자의 업무 연속성을 지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으로 1년 넘게 업무와 떨어져 있는 직원들의 복귀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이번 육아휴직 시스템 개선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의 여성인재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신 회장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여성인재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킹맘 많은 롯데의 파격 출산휴가 끝나면 1년 자동 휴직
롯데는 신 회장의 지시에 따라 2006년부터 여성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출산을 장려하는 등 ‘워킹맘’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왔다. 롯데는 육아휴직 제도 개선에 맞춰 17일부터 출산 여직원들에게 계열사별로 지급되는 축하선물 및 출산장려금과 별도로 2개월 분량의 ‘출산 축하 분유’를 그룹 차원에서 일괄 제공하기로 했다.

롯데그룹 정규 직원 4만여명 중 여성은 1만여명으로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파트타임 직원까지 합치면 2만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롯데 신입사원 중 여성비율은 처음으로 30%를 넘어섰고, 올 상반기엔 35%로 높아졌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