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은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사령탑에 내정된 지 꼭 2년째가 되는 날이다. LG전자의 한 임원에게 지난 2년간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그는 심호흡부터 했다. “다시는 2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천당과 지옥을 몇 번은 오간 것 같아요. 지난 2년간은 기초체력을 기르는 기간이었습니다.”

구 부회장이 LG전자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기 직전 회사는 백척간두의 위기 상태였다. 이 임원의 말대로 “삼성과 다른 점은 스마트폰 대응이 6개월 늦은 것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잔인했다. 전성기에 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넘던 휴대폰 사업이 4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내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이때 구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다. 그는 “제조업의 기본이 무너졌다”며 마케팅보다 연구·개발(R&D)과 품질을 최우선시했다. 그러면서 ‘독한 LG’라는 슬로건 아래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LG전자는 구 부회장 체제 1년이 지나면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회사 안팎의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했다. 내부에서는 ‘감원설’이 끊이지 않았고, 외부에서는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특히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했다. 그러나 구 부회장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감원 대신 직원들 ‘기 살리기’에 집중했다. 연간 1조원 이상 벌던 때도 동결한 직원 임금을 2년 연속 6%가량 인상했다. 우려했던 인력 감축은 없었다. 직원들은 “역시 오너 경영인은 다르다”며 구 부회장을 “우리 부회장님”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회사 수익성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TV에선 삼성과 확고한 양강 체제를 굳혔고, 가전 부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로 화답했다. 그 덕에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의 세 배 가까운 이익을 올렸다. 슬로건은 자연스럽게 ‘독한 LG’에서 ‘일등 LG’로 바뀌었다.

LG전자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 남은 건 휴대폰밖에 없다”고 한다. 휴대폰 부문은 여전히 적자와 흑자를 오가고 있고, 시장점유율은 3%대에 머물러 있다. ‘구본준 호 2년’에 맞춰 LG의 야심작 ‘G폰’이 18일 출시된다. 구 부회장이 ‘LG폰 부활’의 선봉장이 돼 LG의 자존심을 되찾아 주길 LG맨들은 기대하고 있다.

정인설 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