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미워하다 사랑하다 여기까지…"
'나의 가장 나종…' 중년 관객이 주류
배우 손숙 씨(68·사진)가 내년이면 데뷔 50년을 맞는다. 출연한 작품만 150편이 넘는다. 그런 그가 이번엔 자식을 잃은 어머니 역을 맡아 1인극을 펼치고 있다. 한국 문학의 거목인 고(故)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단편소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통해서다.
오는 23일까지 공연이 이어지는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12일 손씨를 만났다. “원작이 박완서 선생의 작품이라 고민 없이 선택했어요. 박 선생님 작품은 빼놓지 않고 읽었을 만큼 팬이거든요. 또 예전부터 이 작품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어려운 작품인 줄 알았으면 하지 말 걸 그랬지만….”
손씨는 원작이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라 관객이 다른 연극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박 선생님의 소설을 읽은 분들이나 문학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온다”며 “연극의 바탕이 1980년대이기 때문에 그 시대를 추억하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관객도 40~50대가 절반을 넘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극 내용에 공감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중년 여성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연극 데뷔 50주년을 앞둔 손씨지만 이번 작품은 녹록지 않았다. “대사부터 감정선까지 모두 어려웠어요. 연극을 50년 했지만 할 때마다 어려워요. 원작이 소설이다 보니 연극적 장치를 해놓은 게 없었죠.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극을 만들어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는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 8월 연습실에서 홀로 연구하는 자세로 연극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박완서 작가가 1988년 남편과 서울대 의대 인턴이던 아들을 연이어 잃고 1993년 한 맺힌 슬픔을 글로 적은 소설이다.
손씨는 박완서 작가를 “단아하고 기품도 있는 분”이라고 기억했다. “선생님 글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존심도 세면서 정이 많은….”
연극 인생 50년에 대한 총평을 요청했다. “좋은 시절도 있었고 힘든 시절도 있었죠. 오랫동안 연극을 해야지 하고 작정을 한 게 아니라 무대를 미워했다 사랑했다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