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빛바랜 외환銀 노조의 촛불집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외환은행 노조가 또다시 촛불을 들었다. 지난 12일 밤 서울 을지로본점 앞에서 진행한 ‘정보기술(IT) 통합 반대 및 독립경영 사수 집회’에서다. 올초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여부를 가르는 금융당국의 결정을 앞두고 촛불집회를 가진 지 8개월 만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 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 통합을 꾀하려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전산 통합은 은행 통합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5년간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깨뜨리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이날 집회에서 외환은행 노조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사기꾼’으로, 하나금융은 ‘박살내야’ 하는 대상으로 각각 묘사했다.
외환 노조는 특히 김 회장이 최근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는 전산 통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외환이 2005년에, 하나가 2009년에 각각 도입한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때가 됐으며, 두 은행이 함께 업그레이드를 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왕 하는 투자인 만큼 두 은행의 수신, 여신, 환전 등 부문별 시스템 중 더 좋은 쪽을 골라 함께 적용하자는 취지가 깔려 있다. 두 은행이 통합의 원칙으로 합의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즉 둘 중 더 나은 쪽을 채택해 따르자는 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환 노조가 5년 동안의 독립 경영 약속을 지켜내겠다는 데야 뭐라고 이의를 달 수는 없다. 하지만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계열사라는 점을 부인하는 식이어선 곤란해보인다. 노조의 이번 촛불집회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지주사의 경영 전략에 어깃장을 놓는 ‘세(勢) 과시’일 뿐,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내부에서조차 나오는 이유다.
당초 4000여명이 참석할 것이라던 주최 측의 예상과 달리 1000명도 채 모이지 않았다. 이마저도 예정된 시간을 30분이나 넘겨 참석한 인원이다. 노조가 나눠준 ‘외환은행 지킴이’라고 쓰인 붉은 조끼를 들고 집회장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참석을 망설이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최근 가진 은행 전진대회에서 어느 한 부문이라도 더 경쟁력을 확보해야 통합 후에도 외환은행의 전통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외환 노조는 은행이 처한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새겨야 하지 않을까.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표면적인 이유는 이 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 통합을 꾀하려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전산 통합은 은행 통합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5년간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깨뜨리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이날 집회에서 외환은행 노조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사기꾼’으로, 하나금융은 ‘박살내야’ 하는 대상으로 각각 묘사했다.
외환 노조는 특히 김 회장이 최근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는 전산 통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외환이 2005년에, 하나가 2009년에 각각 도입한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때가 됐으며, 두 은행이 함께 업그레이드를 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왕 하는 투자인 만큼 두 은행의 수신, 여신, 환전 등 부문별 시스템 중 더 좋은 쪽을 골라 함께 적용하자는 취지가 깔려 있다. 두 은행이 통합의 원칙으로 합의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즉 둘 중 더 나은 쪽을 채택해 따르자는 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환 노조가 5년 동안의 독립 경영 약속을 지켜내겠다는 데야 뭐라고 이의를 달 수는 없다. 하지만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계열사라는 점을 부인하는 식이어선 곤란해보인다. 노조의 이번 촛불집회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지주사의 경영 전략에 어깃장을 놓는 ‘세(勢) 과시’일 뿐,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내부에서조차 나오는 이유다.
당초 4000여명이 참석할 것이라던 주최 측의 예상과 달리 1000명도 채 모이지 않았다. 이마저도 예정된 시간을 30분이나 넘겨 참석한 인원이다. 노조가 나눠준 ‘외환은행 지킴이’라고 쓰인 붉은 조끼를 들고 집회장으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참석을 망설이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최근 가진 은행 전진대회에서 어느 한 부문이라도 더 경쟁력을 확보해야 통합 후에도 외환은행의 전통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외환 노조는 은행이 처한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새겨야 하지 않을까.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