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올림픽 대표 선수들이 기록 경신을 위해 땀 흘렸던 올여름에 한국은 사상 최장기 연속 열대야 기록을 깨며 무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어쩌면 한반도의 아열대화는 이제 단순한 추측과 전망의 수준을 넘어 피부로 느끼는 현실로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나 최근의 기후는 기상청 슈퍼컴퓨터의 정밀한 예측자료가 무색해질 정도로 매년 기상이변을 속출하며 국가 경제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홍수와 가뭄 등 해마다 계속되는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일계 재보험사인 ‘뮌헨 레’는 올해 초 보고서에서 천재지변에 따른 산업피해가 1981~2010년 평균 750억달러(약 85조원)에서 지난해에는 3800억달러(약 434조원)로 껑충 뛰었다고 지적했다. 올해에도 주요 농산물 생산국들인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가뭄에 시달렸는가 하면 인도 중국 러시아에서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특히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에서는 61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인명 재산 등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빈번히 발생하는 자연재해를 단지 하늘 탓으로 돌리기에는 그 동안 인간이 저지른 과오가 너무나 많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파괴와 산업화가 야기한 인재(人災)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1990년대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이 나서서 온실가스 규제의 필요성과 실천을 강조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2007년 교토의정서 채택 후 동유럽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활발히 법적 제도적 정비에 나서며 기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비(非)의무감축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한국이지만, 정부는 ‘2020년 배출 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를 30% 감축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2010년 4월 ‘녹색성장기본법’을 법제화했다. 한국 정부의 이런 능동적인 움직임은 그 동안 실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일부 국가들과 다른 비의무감축 국가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실천에 있다. 녹색성장기본법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지난해 3월 정부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등에 따른 운영지침’(환경부고시 제2011-29호)을 제정하고 ‘제3자 온실가스 검증 체계’를 도입했으나 검증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문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제3자 온실가스 검증 체계’를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핵심은 검증기관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또한 이해관계자들 간에 서로 상충하는 민감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중재 조정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검증기관 심사원의 자격요건을 국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국내 기준은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 요구하는 제3자 심사원 기준과 비교해 볼 때 아직까지 개선의 여지가 많다. 기업차원에서는 단기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검증기관을 선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기업 스스로에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정부는 검증기관 지정과 관리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 현재 환경부를 통해 지정받은 온실가스 검증기관은 24개에 이른다. 이 중 일부는 적절한 검증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해당 정부기관 입장에서 볼 때 제도 초기라는 정책적인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때 미흡한 검증결과는 오히려 더 큰 행정적 손실 및 비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에서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미흡한 실천을 먼저’가 아닌 ‘확실한 검증을 먼저’가 필요하다.

김두일 < 티유브이슈드코리아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