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ㆍ美 경기부진에 中 성장도 둔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7%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유럽과 미국의 경기부진때문이다.

중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유럽과 미국의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 중국의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 中 수요ㆍ공급 모두 악화


중국 경제의 동력이 줄어든 것은 생산과 수요 관련 지표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생산이 수요보다 더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중 산업생산량은 지난해 8월보다 8.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09년 5월 이후 가장 낮다.

상품 수요를 보여주는 8월 소매는 작년 동기보다 13.2% 증가했다.

이는 7월의 13.1%과 비슷하나 수준이다.

KDB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수요보다 생산이 더 빠르게 둔화하는 것은 기업의 재고 조정이 진행 중인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 경기의 저점은 3∼4분기로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의 주요 투자은행(IB)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골드만삭스 등 11개 주요 IB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1월 말에는 평균 8.5%로 전망했지만 8월 말에는 7.9%로 낮췄다.

UBS와 JP모건이 이달 들어 전망치를 각각 7.5%, 7.6%로 내렸기 때문에 평균치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1조위안(180조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 계획을 최근에 승인했지만 그 효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투자기간이 2018년까지로 잡혀 있어 실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삼성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이번 부양책 효과는 내년 상반기에나 나타날 것"이라며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은 7.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對中 수출 타격 불가피…경제 `비상'

2009년부터 매년 9∼10%대를 이어가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로 떨어지면 한국 경제에도 여파가 불가피하다.

중국의 경기 침체는 이미 한국의 대중국 교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20일까지 중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줄었다.

작년에 중국 수출 증가율이 14.8%였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다.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최근에는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수출 증가율이 2월 9.7%에서 3월 -4.1%로 바뀐 뒤 7월 -5.2%, 8월(1∼20일) -5.6%로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 대외 수출의 20∼30% 가량을 중국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경기 침체는 한국의 무역수지 악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올해 8월20일까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금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줄었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침체와 함께 진행되는 것이어서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제조업지수는 2009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유로존의 구매관리자지수(PMI)도 13개월째 기준점인 50에 못 미치는 등 선진국 지표가 어둡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실물 경기 둔화세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전이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침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한국 기업들은 이에 더욱 대비해야 한다.

LG경제연구소 박래정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 수년간 고공행진을 했기 때문에 이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기업이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한혜원 기자 kaka@yna.co.kr hye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