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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중국의 권력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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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천자칼럼] 중국의 권력암투
    중국인이 가장 즐기는 오락은 마작이다. 136개의 패를 쥐고 며칠 밤을 새우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러면서 서양의 카드도 짬짬이 즐긴다. 길거리에 차를 세워놓은 택시운전사들은 손님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카드 패를 돌린다. 바둑이나 장기도 중국에서 발달했다. 모두 나를 감추고 상대의 허점을 헤집는 지략을 동원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인의 삶속에는 이렇게 권모와 술수가 깊이 들어와 있다. 책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손자병법》은 모략을 집대성한 고전이다. 1920년대에 출판된 《후흑학(厚黑學)》이란 책은 지금도 인기다. 실리를 위해 도덕을 버리라는 이 책은 1990년에 다시 출판됐을 정도다.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도 권력투쟁을 다룬 《이십오사(二十五史)》를 가까이 했다. 오죽하면 서점에 《모략사전》이 다 나와 있을까.

    그래서인지 중국의 권력주변엔 항상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경제개발계획인 대약진운동에 실패한 마오쩌둥은 1962년 “베이징의 공기가 안 좋다”며 장쑤성 양저우로 내려갔다. 언론엔 마오쩌둥이 장강을 한가하게 헤엄치는 모습이 보도됐지만, 그때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의 카드를 꺼내 베이징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그리고 홍위병에게 ‘사령부를 폭파하라’는 훈령을 내리고 정적인 류샤오치를 일거에 제거했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후진타오 주석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그의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에 자신의 심복을 앉혀 놓았다. 비서실장은 후 주석의 일거수일투족을 장 전 주석에게 보고하고, 경호실장은 후 주석의 뒤에서 총을 겨눈 셈이다. 신구권력 간의 피터지는 싸움이다.

    이런 중국이니 지도부 교체를 앞둔 베이징에서 온갖 소문이 양산되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지난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취소하자 즉각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지지파들의 암살기도설이 퍼졌다. 상하이방에 관한 고급정보를 갖고 있는 후이량위 부총리의 비서를 검거하기 위해 후 주석 측이 지난 주말 베이징발 뉴욕행 비행기를 이륙 7시간 만에 강제 회항시켰다는 소문도 있다. 최근 원자바오 총리의 경질을 주장한 당 원로들의 서명문건이 돌아다닌 것도 치고받는 암투의 과정이란 분석이다.

    이 모든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교체가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구성원 숫자가 바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뭔가 불확실하다. 중국 권부에서 벌어지는 ‘무협지’ 같은 암투는 독특한 권력구조와 권력 이양과정의 불투명성이 만들어낸다. 후진성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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