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중국의 권력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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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중국인의 삶속에는 이렇게 권모와 술수가 깊이 들어와 있다. 책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손자병법》은 모략을 집대성한 고전이다. 1920년대에 출판된 《후흑학(厚黑學)》이란 책은 지금도 인기다. 실리를 위해 도덕을 버리라는 이 책은 1990년에 다시 출판됐을 정도다.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도 권력투쟁을 다룬 《이십오사(二十五史)》를 가까이 했다. 오죽하면 서점에 《모략사전》이 다 나와 있을까.
그래서인지 중국의 권력주변엔 항상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경제개발계획인 대약진운동에 실패한 마오쩌둥은 1962년 “베이징의 공기가 안 좋다”며 장쑤성 양저우로 내려갔다. 언론엔 마오쩌둥이 장강을 한가하게 헤엄치는 모습이 보도됐지만, 그때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의 카드를 꺼내 베이징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그리고 홍위병에게 ‘사령부를 폭파하라’는 훈령을 내리고 정적인 류샤오치를 일거에 제거했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후진타오 주석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그의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에 자신의 심복을 앉혀 놓았다. 비서실장은 후 주석의 일거수일투족을 장 전 주석에게 보고하고, 경호실장은 후 주석의 뒤에서 총을 겨눈 셈이다. 신구권력 간의 피터지는 싸움이다.
이런 중국이니 지도부 교체를 앞둔 베이징에서 온갖 소문이 양산되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지난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취소하자 즉각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지지파들의 암살기도설이 퍼졌다. 상하이방에 관한 고급정보를 갖고 있는 후이량위 부총리의 비서를 검거하기 위해 후 주석 측이 지난 주말 베이징발 뉴욕행 비행기를 이륙 7시간 만에 강제 회항시켰다는 소문도 있다. 최근 원자바오 총리의 경질을 주장한 당 원로들의 서명문건이 돌아다닌 것도 치고받는 암투의 과정이란 분석이다.
이 모든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교체가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구성원 숫자가 바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뭔가 불확실하다. 중국 권부에서 벌어지는 ‘무협지’ 같은 암투는 독특한 권력구조와 권력 이양과정의 불투명성이 만들어낸다. 후진성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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