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5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조사 결과는 한국이 여전히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144개국을 대상으로 한 WEF의 이번 조사를 한·중·일 3개국만 따로 떼어서 보면 이 같은 점이 분명해진다. 우선 한국은 종합 순위 19위로 일본(10위)과 중국(29위)의 딱 중간이다.

WEF가 평가한 대부분 항목에서 한국은 일본에 뒤졌다. ‘기업 활동 성숙도’에서 한국은 22위로 일본(1위)과 경쟁이 안 된다. ‘기업 혁신’에서도 한국은 16위로 일본(5위)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삼성전자 한 곳이 일본 전자업체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현대자동차가 도요타를 위협하고 있다지만 일부 대기업의 얘기일 뿐이다.

WEF는 일본의 강점으로 막강한 기술력,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뛰어난 과학기술 인력 등을 꼽았다. 1980년대 말부터 경제가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데도 이들 분야에서 일본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란 얘기다.

중국도 전반적으로는 밀리지만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한국은 ‘노동시장 효율성’에서 73위에 그쳐 일본(20위)은 물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41위)에도 뒤졌다. 대립적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탓이다.

‘제도적 요인’에서도 한국(62위)은 일본(22위)과 중국(50위)에 밀렸다. 정책 결정의 불투명성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이 점수를 크게 깎아먹은 요인이었다.

특히 한국이 당연히 앞설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금융시장 성숙도’에서도 중국(54위)은 한국(71위)을 추월해 일본(36위)을 뒤쫓고 있다.

물론 한국이 앞선 부문도 있다. 거시경제 안정성(10위), 인프라(9위), 고등교육·직업훈련(17위) 등 3개 부문에서 한국은 ‘아시아 빅3’ 가운데 최고 순위에 올랐다. 정부의 적극적인 국가 부채 감축 노력, 뛰어난 사회 기반시설, 높은 교육열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는 등 한국이 ‘승자’ 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비효율성과 대립적 노사관계를 해소하지 못하면 언제든 일본과 중국이란 ‘너트 크래커(호두 까는 기계)’에 끼일 수 있다는 점을 WEF 조사는 보여줬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