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현대미술 축제 ‘2012광주비엔날레’가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66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광주비엔날레는 광주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을 비롯해 동구 대인시장, 시립미술관, 중외공원, 용봉생태습지, 무각사 등에서 오는 11월11일까지 펼쳐진다.

행사 주제는 정치적 평등성과 독자성의 메시지를 담은 ‘라운드테이블’. 아이웨이웨이(중국)를 비롯해 제니 홀저·앨런 캐프로(미국), 토비아스 레베르거·볼프강 라이프(독일), 마그누스 벳토스(스웨덴), 아브라함 쿠르스비예가스(멕시코), 아키 사사모토(일본), 김수자·서도호·임동식(한국) 등 40개국 작가 92명이 1500여점을 출품했다.

올해 전시는 예년과 달리 신작이 전체의 60%를 차지하며, 시민들이 작품 제작에 참여한 게 특징이다. 스타 작가를 위주로 하는 비엔날레의 관행을 넘어 현대미술 축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설치작가 서도호 씨는 야외광장에 화물 트럭을 1인용 호텔로 꾸민 작품 ‘틈새 호텔’을 설치했다. 기아차 봉고트럭 위에 꾸민 9㎡(2.7평)의 방에는 냉장고, 에어컨, TV, 전화기, 무선인터넷 등 가전 제품은 물론 침대, 개인 금고, 미니바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시민들은 광주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60곳을 돌아다니며 숙박할 수 있다.

중국 반체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높이 10m의 비엔날레 전시관 벽면에 생중계하는 ‘언어 프로젝션’을 보여준다.

1990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미국 여성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는 문자 영상 작품 ‘광주를 위하여’ 프로젝트를 출품했다. 서구문화센터의 전광판을 통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똑같이 키워라’ ‘몸이 말을 할 때 들어라’ 등 21개의 메시지를 뉴스와 광고 사이에 띄운다.

뉴질랜드 작가 스콧 이디의 ‘100대의 자전거 프로젝트’도 관람객을 반긴다. 작가는 광주지역 아파트 단지 등에 방치된 폐자전거를 55대의 새 자전거로 변신시켰다.

중국의 첸 샤오시옹, 한국의 김홍석, 일본의 오자와 쓰요시가 2006년에 결성한 아트그룹 ‘시징맨’은 설치 작품 ‘서경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서경 이민국’을 내보인다. 관람객은 실제 국경을 넘을 때 엄격하고 까다로운 통상적인 여권 심사 방식 대신, 이를 테면 ‘춤을 춰보라’는 식의 유쾌한 입국 심사를 통해 거주자와 이주자의 심각한 경계를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광주가 갖는 특수한 역사성에 주목한 작품도 눈길을 붙잡는다. 길초실 씨는 대인시장과 낡은 대학교 기숙사 등에서 작가가 발견한 이미지를 찍은 사진을 재구성해 광주 사람들의 흔적을 되살려낸 ‘공동체’를 내놓았다.
김선정 공동 예술감독은 “이제는 아시아적 가치와 담론을 미술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며 “작가와 관람객이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비엔날레를 꾸몄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어른 1만4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 (062)608-4114

광주=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