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임의적인 간섭과 개입을 줄이고, 기업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은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경제이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고 있는 자유주의 시장경제학파들(시카고학파)의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 2012’ 총회에는 세계 각국의 경제학자 등 350명이 참석해 열기가 뜨거웠다. 한국에선 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인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64·사진)가 유일하게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시카고학파 본산인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를 1981년 졸업했다. 한국인 시카고대 박사 1호다.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를 소개해달라.

총회에서 만난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 "시장경제 심층 토론하고 처방 모색…더 많은 한국 학자 참여 지원할 것"
“미국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간섭을 주창해 온 케인스학파들의 경제정책이 득세했다. 수세에 몰린 자유주의 시장경제학파의 경제학자와 역사학자, 철학자들이 1947년 4월 스위스 몽 펠르랭에 모여 소사이어티를 결성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주창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모임을 주도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장점과 우월성을 믿는 사람이 모여 이를 발전시키는 데 걸림돌이 뭔지, 자체의 약점이 뭔지를 찾아내 고쳐가야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시카고학파 모임이라고도 불리는데.

“이후 시카고학파의 거두인 밀턴 프리드먼이 오랫동안 이 소사이어티의 좌장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타계한 2006년 이후에는 게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가 좌장 역할을 이어받았다. 베커 교수를 계승할 인물로는 케빈 머피 시카고대 교수가 주목받고 있다. 머피 교수는 2년마다 40세 이하 경제학자들에게 주어지는 ‘존 베이츠 클락’상을 1997년 받았다. 이 상은 노벨경제학상보다 받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소사이어티의 정규 회원은 699명에 달한다. ”

▷2006년부터 총회에 참석했는데 그동안 참관한 느낌은.

“자유주의 시장경제학파들이 총회 때마다 시의성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답을 찾는 노력을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유시장경제의 기능을 전제한 장기적인 처방을 많이 내놓는다. 때로는 정부 정책에 대해 각을 세우는 때도 많다. 이번 총회에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원인이 월스트리트의 탐욕에만 있는 게 아니라 미국 정부의 잘못된 저소득층 주택갖기 복지정책에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 통화정책에도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양적완화가 계속되면 앞으로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회에는 40~50대 학자들은 물론 60세 이상 학자도 많이 참석한다. 경제학 분야에서 연륜을 쌓은 사람들이어서 배울 게 많다.”

▷총회를 운영하는 방식이 이채롭다.

“주제 논문을 발표한 뒤 그 주제를 놓고 활발한 자유토론 시간이 별도로 이어진다. 주제 논문 발표자가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을 한 뒤 질문 몇 개를 받고 끝내는 게 아니라 심층적인 토론을 하게 만든다. 자유시장경제가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저 친목을 도모하고 헤어지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누구나 자유시장경제가 좋다고 말은 할 수 있다.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총회는 자유시장경제가 왜 좋은지를 매번 점검하고, 이를 전파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는다.”

▷한국에서도 총회를 열 수 있나.

“한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 학계에서도 이 소사이어티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활발히 참여하면 좋겠다. 내년 한국경제학회 회장에 취임하면 많은 학자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겠다. 일본은 그동안 두 번이나 총회를 유치했다. 한국도 유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프라하=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